쿠에바스 앞에선 ‘무패 언급 금지’…에이스 오브 에이스 거듭난 ‘KT 승리요정’

김은진 기자 2023. 8. 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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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
작년 부상으로 아쉽게 팀 떠났다가
올 시즌 대체 외국인 투수로 복귀
6월부터 11경기 7승 ‘승률 100%’
최하위 머물던 팀 ‘2위 반등 주역’
‘언터처블 모드’ 계속될지 큰 관심

프로야구 KT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3)는 얼마 전 승리 뒤 “패전이 한 번도 없다”는 이야기에 기겁을 했다. 그런 얘기 하지도 말라는 듯이 “노노노” 하면서 “(이런 걸) 징크스라고 하던가?”라며 취재진의 입을 가로막았다.

2019년 KT에 입단해 4년차였던 지난해 부상으로 떠났다가 올시즌 중간에 돌아온 쿠에바스는 지금 KT의 ‘승리요정’이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지만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지난 6월17일 첫 등판에 나선 이후 총 11경기에 나서 7승무패를 달리고 있다. 개인 승률 100%다. 이 11경기에서 KT는 9승2패를 거뒀다.

KT가 올라서기 시작한 것도 쿠에바스가 합류하면서부터다. 6월, 최하위를 막 벗어나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때 쿠에바스가 합류해 그 곡선을 더 가파르게 만들었다. KT가 올라선 원동력은 선발진이다. 소형준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고영표만 중심을 잡던 전반기와 달리 6월 이후 국내 선발인 엄상백과 배제성이 모두 자리를 잡았고, 무엇보다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지난해처럼 강한 선발진으로 돌아섰다. 쿠에바스가 외국인 에이스로서 기운을 발산한 효과다.

벤자민은 지난해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방출되면서 KT에 입단했다. 올해 KBO리그에 처음 입성한 보 슐서와 함께 KT와 계약한 뒤 개막하기도 전부터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개막 직후에는 빼어난 피칭을 했지만 줄부상이 쏟아져 팀이 무너져가면서 부담을 느낀 듯 벤자민도 위태로워졌다. KT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지만 아슬아슬한 투구를 이어갈 때 과거 에이스였던 쿠에바스가 합류했다. 쿠에바스가 그 부담을 가져가면서 벤자민도 일어설 수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와 계약한 뒤 과거 투수코치로 KIA에서 경험했던 ‘김상현 효과’를 언급한 적이 있다. KIA는 2009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김상현을 영입했다. 장타력이 2% 부족해 장타자지만 A급은 아니었던 타자를 보강했는데 홈런왕에 오를 정도로 역대급 기량을 폭발시키면서 최희섭까지 타선 전체가 동반 상승 효과를 얻었다. 그 결과 KIA는 1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쿠에바스 영입을 통해 그 정도의 분위기 반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이강철 감독의 바람대로 쿠에바스와 함께 KT는 직진해 2위까지 찍었다. 쿠에바스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7월21일 삼성전에서 8이닝 10탈삼진 1실점의 역투를 펼치더니 8월 들어 4경기에서는 전부 7이닝을 소화하며 총 1실점, 월간 평균자책 0.32로 4전 전승을 거뒀다.

KT는 지난주 고영표를 휴식차 제외하고 쿠에바스를 주 2회 기용하기 위해 등판 순서를 바꾸기도 했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쿠에바스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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