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눌러앉으세요”…콧대 높던 호주, 캐나다의 이민 문턱 낮추기 [미드나잇 이슈]

김희원 2023. 8. 2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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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이민 시 비자 발급 불이익 없애는 호주
연 50만명 이민 받는 캐나다…인구 100만 ‘껑충’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면서 인구 위기 경고음이 커지자 외국인 이민자 수용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세계 주요국들은 국가 성장을 이끌 젊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민 장벽을 낮추는 추세다. 특히 이민 확대 정책에 적극적인 호주와 캐나다는 지난해 순이민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두 배로 늘어났다.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 하버 브리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호주, 외국인 유학생 정착 쉬워진다

호주에서는 학업을 마친 뒤 호주로 이민할 의사가 있는 외국 유학생에게 학생비자 심사 시 불이익을 주던 법 조항이 철폐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노동당은 17∼19일 브리즈번에서 열린 당 전국대회에서 학생비자 심사기준 중 학업을 수료한 후 호주를 떠나 모국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진정한 단기 입국자’(GTE) 조항을 없애기로 결의했다. 지금까지 외국 유학생들은 GTE 조항에 의해 ‘학업을 마친 후 호주에 정착할 의사나 이유가 없다’고 입증해야 학생비자를 승인받을 수 있었다.

호주 정부가 이번에 GTE 조항을 철폐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빚어지는 극심한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추진되는 이민 확대 정책의 일환이다.

호주에서 학업을 마친 유학생들이 모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주에 정착하는 것이 고급 인력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호주 북시드니의 한 주택가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노동당이 전국대회에 제출한 정책 자료는 “평등한 권리와 공동의 가치를 갖고 국가적 성공에 참여하는 국민을 형성하기 위해 임시 체류자보다는 영구 이민자를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호주국제교육협회(IEAA)의 필 허니우드 대표는 “(그간) GTE 조항에 의해 공부를 마친 후 이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유학생들은 학생비자가 거절됐다”면서 “호주 유학산업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외국 유학생들이 정착해 국가 기술 수준을 강화하도록 이 조항의 삭제를 꾸준히 주장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민법 시행 부처인 호주 연방 내무부의 클레어 오닐 장관은 지난 4월 “유학생은 호주 이민법 개혁과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핵심 퍼즐 조각”이라면서 “호주가 필요로 하는 고도의 기술을 익힌 유학생에게 정착 기회를 주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인 자유당의 댄 테한 교육 대변인은 “현재 호주에 있는 학생비자 소지자가 61만명인데 이번 조치로 더 많은 이민자가 유입돼 주택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면서 “노동당 정부 아래 향후 5년간 150만명이 호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날 호주 통계청(ABS)은 40년 후인 2062∼2063회계연도(2062년 7월∼2063년 6월)에 호주 인구가 지금보다 1380만명 늘어난 40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순 이민자 수가 연 23만5000명으로 고정될 것이란 가정에 따른 것이다. ABS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순 이민자 수는 역대 최대인 40만명을 돌파해 코로나19 이전 25만명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현재 호주 정부의 적극적인 이민 확대 정책에 따라 다음회계연도에도 이민자 수는 3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AP뉴시스
◆캐나다, 이민 문턱 낮춰 인구 급 ‘껑충’

세계에서 두번째로 영토가 넓은 국가 캐나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구가 약 3878만명으로 한국보다 1200만명가량 적었다. 그런 캐나다 인구가 최근 급속도로 늘어 4000만명을 돌파했다. 인구정책에 사활을 걸고 이민 문턱을 대폭 낮춘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는 지난 1년간 100만명에 달하는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이민 증가로 캐나다의 인구 증가율은 지난해 2.7%를 기록했다.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캐나다 인구는 2050년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추월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캐나다는 1967년부터 이민정책을 펼쳐오다가 2015년 쥐스탱 트뤼도 정부가 출범한 뒤 국가 중점 정책으로 부상했다. 현재 캐나다 정부는 매년 50만명 이상 캐나다 영주권자를 늘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민 확대를 추진 중이다.

캐나다가 이민 정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노동력 부족 때문이다. 인구가 정체되고 고령화되자 국가 경제의 활력이 떨어졌다. 캐나다 은행(BOC)에 따르면 캐나다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0년간 제자리였다. 캐나다 경제가 앞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해결책으로 이민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급속한 이민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캐나다 대도시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닷지 전 캐나다 은행 총재는 ”이렇게 짧은 기간에 급격한 인구 증가는 이례적”이라며 “적응할 시간이 모자라다. 너무 급한 이민 확대는 되레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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