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눌러앉으세요”…콧대 높던 호주, 캐나다의 이민 문턱 낮추기 [미드나잇 이슈]
연 50만명 이민 받는 캐나다…인구 100만 ‘껑충’
호주에서는 학업을 마친 뒤 호주로 이민할 의사가 있는 외국 유학생에게 학생비자 심사 시 불이익을 주던 법 조항이 철폐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노동당은 17∼19일 브리즈번에서 열린 당 전국대회에서 학생비자 심사기준 중 학업을 수료한 후 호주를 떠나 모국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진정한 단기 입국자’(GTE) 조항을 없애기로 결의했다. 지금까지 외국 유학생들은 GTE 조항에 의해 ‘학업을 마친 후 호주에 정착할 의사나 이유가 없다’고 입증해야 학생비자를 승인받을 수 있었다.
호주 정부가 이번에 GTE 조항을 철폐하기로 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빚어지는 극심한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추진되는 이민 확대 정책의 일환이다.
호주국제교육협회(IEAA)의 필 허니우드 대표는 “(그간) GTE 조항에 의해 공부를 마친 후 이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유학생들은 학생비자가 거절됐다”면서 “호주 유학산업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외국 유학생들이 정착해 국가 기술 수준을 강화하도록 이 조항의 삭제를 꾸준히 주장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민법 시행 부처인 호주 연방 내무부의 클레어 오닐 장관은 지난 4월 “유학생은 호주 이민법 개혁과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한 핵심 퍼즐 조각”이라면서 “호주가 필요로 하는 고도의 기술을 익힌 유학생에게 정착 기회를 주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인 자유당의 댄 테한 교육 대변인은 “현재 호주에 있는 학생비자 소지자가 61만명인데 이번 조치로 더 많은 이민자가 유입돼 주택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면서 “노동당 정부 아래 향후 5년간 150만명이 호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날 호주 통계청(ABS)은 40년 후인 2062∼2063회계연도(2062년 7월∼2063년 6월)에 호주 인구가 지금보다 1380만명 늘어난 40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순 이민자 수가 연 23만5000명으로 고정될 것이란 가정에 따른 것이다. ABS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22년 7월~2023년 6월) 순 이민자 수는 역대 최대인 40만명을 돌파해 코로나19 이전 25만명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영토가 넓은 국가 캐나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구가 약 3878만명으로 한국보다 1200만명가량 적었다. 그런 캐나다 인구가 최근 급속도로 늘어 4000만명을 돌파했다. 인구정책에 사활을 걸고 이민 문턱을 대폭 낮춘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는 지난 1년간 100만명에 달하는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이민 증가로 캐나다의 인구 증가율은 지난해 2.7%를 기록했다.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캐나다 인구는 2050년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추월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캐나다는 1967년부터 이민정책을 펼쳐오다가 2015년 쥐스탱 트뤼도 정부가 출범한 뒤 국가 중점 정책으로 부상했다. 현재 캐나다 정부는 매년 50만명 이상 캐나다 영주권자를 늘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민 확대를 추진 중이다.
캐나다가 이민 정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노동력 부족 때문이다. 인구가 정체되고 고령화되자 국가 경제의 활력이 떨어졌다. 캐나다 은행(BOC)에 따르면 캐나다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0년간 제자리였다. 캐나다 경제가 앞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해결책으로 이민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급속한 이민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캐나다 대도시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닷지 전 캐나다 은행 총재는 ”이렇게 짧은 기간에 급격한 인구 증가는 이례적”이라며 “적응할 시간이 모자라다. 너무 급한 이민 확대는 되레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