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 내실있게 개관해야”…백조일손 유족들의 호소
[KBS 제주] [앵커]
4·3의 또 다른 비극인 예비검속 희생자들을 아시나요?
6·25전쟁 직후 4·3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학살된 건데요.
이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역사관이 지어졌지만, 반년이 다 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73년 전 대정읍 섯알오름 탄약고 터에서 집단 학살된 132명의 묘 앞에서 유족들이 묵념을 올립니다.
6·25 전쟁 발발 직후 정부의 예비검속 명령으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겁니다.
유족들은 백 명 넘는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죽어 함께 제사를 치르니 그 자손들은 하나라는 의미에서 '백조일손'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왔습니다.
당시 미군의 자료를 찾아내 예비검속 실체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고 이도영 박사의 딸도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미국에서 제주를 찾았습니다.
[이주희/고 이도영 박사 딸 : "(아버지께서) 아주 큰 일을 하셨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잊어버리지 않고 꾸준히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에게 지식을, 그리고 아픔을, 그리고 계속 일들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번 위령제에 맞춰 개관 예정이던 '백조일손 역사관'은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건물은 지난 3월에 준공됐지만 전시 예산 문제로 제주도와 유족회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책정된 전시 예산은 1억 원, 유족들은 단순 자료 나열 수준에 그칠 규모라며 영상과 음성 콘텐츠 제작 등을 위해선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고영우/백조일손유족회장 : "너무 억울하게 돌아가셨지 않습니까. 그러한 사실이 지금 우리 국민이나 도민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불과 얼마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역사관이 아주 잘 후손들이 알 수 있게."]
제주도는 전시 전문가와 유족 등을 포함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기본 설계를 할 예정이라면서, 필요하면 추가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삼용/제주도 4·3지원과장 : "전시물들을 더 알차게 보완하고 싶다는 유족들 바람이 있어서 그걸 반영해서 추진하고 있고요. 일단은 금년도 말 12월 정도에는 1차 개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4·3의 또 다른 비극인 예비검속을 담은 역사관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문을 열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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