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선례 될 수도”…일본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언론도 주목
일본 정부가 오는 24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방류하기로 한 데 대해 외신과 전문가들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방사능 모니터링 단체 세이프캐스트의 수석 연구원 애즈비 브라운은 2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의 이번 결정이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운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완전히 투명하지도, 일본과 외국의 중요 이해관계자를 충분히 포함하지도 않은 과정을 거쳐 방류를 결정했다”며, “수십 년 동안 불신과 논쟁이 될 수 있는 씨앗을 심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다른 정부들에도 선례를 제공한 셈”이라며, “이미 140여 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인 아시아에서 특히 위험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운은 중국과 인도 주도로 짓거나 지을 예정인 원전이 수십 기에 달한다며 “국제적으로 존중받는 문화·경제를 갖춘 일본조차 오염수를 버리고 무사할 수 있다면, 다른 국가를 막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묵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IAEA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조사하는 데 실패했고, 녹아내린 고방사성 연료 잔해를 완전히 무시했다”며, “방류계획은 종합환경영향평가도 수행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IAEA가 세계 해양환경을 보호할 의무는 없지만 이를 훼손하도록 부추겨서도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일본의 결정과 배경을 전하면서, 방사성 물질의 특징과 이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했습니다.
미국 CNN방송은 오염수 논란의 핵심인 삼중수소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전했습니다.
일본 정부와 IAEA는 삼중수소가 비나 수돗물에서도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며 방류가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는 겁니다.
CNN은 대다수 국가기관이 소량의 삼중수소는 크게 위험하지 않아도 대량 섭취할 때는 위험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 전문가는 이번 결정이 성급했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삼중수소의 장기적 영향을 평가하기엔 아직 연구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 등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에서 농도가 낮은 삼중수소가 포함된 처리수를 정기적으로 방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 핵 전문가 토니 후커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삼중수소는 지난 수십 년간 환경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증거 없이 방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외신들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 어민들의 우려와 주변국의 반응도 소개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후쿠시마 어업과 농업 종사자들은 그들의 상품에 대한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이른바 ‘소문(풍평) 피해’가 일어난다는 견해가 88.1%에 달했다는 점 등을 주목했습니다.
WP는 이번 방류 결정이 “일본과 중국 사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단순히 경제적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이를 선택했다”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WP는 이번 방류 계획이 한국에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며 한국 정치권의 엇갈린 주장도 소개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의 입장에 공감을 표했지만, 반대 측은 중국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한국인은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반면 나오야 세키야 도쿄대 교수는 WSJ 인터뷰에서 후쿠시마가 원전 사고에서 전반적으로 회복됐고, 원전 주변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후쿠시마는 살 수 없는 곳이고, 그곳의 물을 마실 수 없는 물이라는 믿음이 퍼져있다”며,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 처리수를 방류하느냐’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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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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