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에 뒤숭숭한 여가부…내부서도 자성 목소리(종합)
김현숙 장관, 직원들에게 감사·사과 인사…25일 국회 출석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부처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공식 발표된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잼버리 대회 파행을 계기로 다시 위기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처의 존폐 기로에서 타 부처와의 통합 또는 개편 등으로 '정체성 찾기'에 골몰해 온 여가부 직원들은 예상치 못했던 '잼버리 파행'이라는 대형 사태까지 겪게 됐다.
특히 행사 파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부처를 이끄는 장·차관 등 수장들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모양새다.
2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전날 오전 내부망을 통해 이번 잼버리 사태 때 직원들의 협조에 대한 감사와 업무 고충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김 장관은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긴급한 출장, 행사지원을 요청해 직원들께 부담을 안겨드렸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행사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헌신해주셨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어 "직원 여러분 업무와 일상에 끼친 불편함에 대해 미안함을 전한다"라며 "앞으로 여러분의 고충을 함께 하고 고언을 새겨 듣겠다"라고도 했다.
잼버리 사태 후폭풍으로 주무부처인 여가부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뒷수습'을 맡은 직원들 사이에서 무력감과 사기 저하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분위기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처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잼버리 파행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 취임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 발표에만 치중했으며, 잼버리와 같은 대형 행사는 그동안 여가부가 이런 종류의 대규모 국제행사를 다뤄본 경험이 없어 준비 과정에서부터 그 중요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여가부의 청소년 정책 우선순위는 잼버리가 아닌 '학교 안팎 청소년 지원 강화'와 '은둔형 청소년 대책'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일례로 잼버리 업무 담당인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은 그동안 전국 지자체 및 교육청과 학교 안팎 청소년 관련 업무협약을 맺는데 집중해왔다.
장·차관이나 실·국장급 간부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11개 교육청 및 7개 시·도와 협약을 맺었고 협약을 맺는 지역으로 매번 출장을 다녔다.
반면 김 장관이 잼버리 개영 전 현장을 살피기 위해 새만금 일대를 찾은 건 4번에 그쳤다.
이중 첫 방문은 국정감사 직전인 지난해 9월 이뤄졌고, 나머지 세 번은 잼버리가 임박한 4월 말, 5월 중순, 7월 말이었다.
대회가 진행되는 기간에도 실·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차출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실패했고, 대회 이후에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가부는 정원이 283명에 불과해 중앙부처 중 가장 작은 부처인데, 이번 잼버리 대회가 초반부터 파행을 빚으면서 논란이 되자 전체 인원의 4분의 1가량인 77명을 현장 지원에 긴급 투입했다. 이 중에는 잼버리와 무관한 부서의 직원들도 포함됐고 일부 직원은 휴가까지 반납하고 현장 지원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입된 직원들에 대한 숙소, 식대 등 처우가 열악했던데다, 잼버리 책임소재를 가리는 국회 질의와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막대한 분량의 자료 준비 요구까지 직원들에게 할당되면서 '사고는 위에서 치고 뒷수습은 아래 직원들 몫'이라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김 장관은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채 두문불출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여가부 기자단은 김 장관에게 언론과 국민을 대상으로 잼버리 파행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해달라고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국회 질의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사실상 거절한 채 잇따르는 각종 논란에 해명성 자료만 배포하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20일 김 장관이 잼버리 영지에서 야영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신변 위협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어떤 종류의 위협이 있었는지, 야영지를 떠날만한 상황이었는지 등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아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여가부는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에 대한 대응 방향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본업'마저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민경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사건 관련 여가부가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확인한 후 말씀드리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여성안전 주무부처로서 여성 안전에 대한 부분을 더 챙기고 확실히 지원하겠다"라며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조금 더 확인한 후에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오는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 김 장관이 출석하는 것으로 각종 논란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을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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