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영장 청구, 검찰이 쓴 사유는 “정권 비판”
법원 “도주 염려 없어” 기각
검찰과 경찰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해 불법 집회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들이 현 정권을 타도하는 집회를 주도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회가 당초 신고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넘어 집회의 목적이 ‘정권 비판’이라는 점을 구속 사유로 댄 것이다. 법원은 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경은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과 전병기 조직쟁의실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건설노조 사무실에서 압수한) 문건자료를 보면 건설노조 집회 목적이 정권 퇴진, 경찰청장 파면 등 현 정권을 타도하고 법 집행 기관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이는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지난 5월1일 건설노조의 서울 도심 집회와 관련해 장 위원장 등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로 ‘사안의 중대성’을 들면서 이렇게 주장한 것이다.
검경은 이어 “대규모 노조원들이 가입된 건설노조에서 집행부가 불법 폭력 집회를 계획하고, 현 정권 타도와 법 집행 기관을 무시하는 목적의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건설노조 집회가 단일 건에 머물지 않고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진행되리라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사안이 가볍지 않고 중대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검경은 지난 5월16~17일 집회와 관련해서도 “피의자는 서울 도심권의 무정부 상태와 같은 혼란을 야기하며 집회 목적인 정권 퇴진, 경찰청장 파면 등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 것”이라며 “또다시 이런 대규모 인원이 동원된 불법 집회가 실행된다면 대한민국의 법질서 확립과 안정에도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별다른 물리적 충돌이 없었던 해당 집회를 ‘서울 도심권의 무정부 상태와 같은 혼란을 야기’하는 집회로 규정한 것이다.
이민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진행한 뒤 “현 단계에서 피의자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범죄전력과 시민들에게 상당한 불편을 초래한 본건 일부 집회는 비난 가능성이 큰 측면이 있다”면서도 “피의자는 주로 법리적인 측면을 다투면서 기본적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관련 증거도 상당 부분 확보돼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신청을 받아 지난 16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장 위원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등 불법 집회를 열었다는 게 혐의의 골자이다.
대법원 판례는 집회가 단순히 신고범위를 조금 벗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본다. 신고와 집회가 현저히 다르게 진행될 정도여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적인 집회에 대해 신고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해산을 명령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 헌법상 시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번 구속영장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집회·시위 제한 기조에 따른 무리한 청구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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