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조직위 요청한 침수 대비 예산…여가부 거치며 ‘반토막’
폭염·안전 관련 추가 예산은 “쇄석포장으로 대체” 전액 삭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앞두고 잼버리조직위원회가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 80억원의 침수 대비 예산을 추가로 요청했지만, 여가부가 절반 수준의 예산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안전 관련 추가 예산은 ‘쇄석 포장으로 대체한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결국 침수·폭염 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잼버리가 열린 뒤 불필요한 ‘수습 비용’이 추가로 들어갔다.
2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잼버리 지원 사업 추가예산 반영 검토 결과’ 자료를 보면, 잼버리조직위는 행사 시작 두 달 전인 지난 6월 여가부에 84억8700만원의 재해 대책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침수 대책 예산이 80억66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침수 대책 예산 요청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강제배수 시설 설치’가 40억원, ‘전시구역·영지 내 도로·과정활동장 쇄석 포장’이 16억7400만원, ‘서브캠프 파레트 설치’가 2억4200만원, ‘폭우 대비 야전침대’가 21억5000만원 등이었다.
잼버리조직위가 요청한 추가예산은 여가부 검토를 거쳐 40억842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지원 특별법’상 잼버리조직위는 예산·자금·물품 등을 요청할 때 공동조직위원장인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가부는 침수 대책 예산 중 강제배수 시설 설치 비용을 4분의 3인 30억원으로 삭감했다. 전시구역·영지 내 도로·과정활동장 쇄석포장 비용도 3분의 2가량인 10억8420만원으로 줄었다. 또 서브캠프 파레트 설치 비용은 쇄석포장 예산으로 대체 지원하겠다며 전액 삭감했고, 폭우 대비 야전침대 구입 비용도 사라졌다.
폭염·안전 대비 추가예산은 아예 전액 삭감됐다. 잼버리조직위는 폭염 대책으로 ‘폭염 대비 물·얼음 구입’ 비용 21억5000만원을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전 대책 예산으로는 ‘부교 경사로 정비’ ‘과정활동장 진입로’ ‘델타구역 이동로’ 등으로 총 4억5000만원을 요청했다. 재해발생 대비 비상예산 14억원도 추가 요청했다.
여가부는 폭염 대책 추가예산도 쇄석포장 예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며 전액 삭감했다. 안전 대책 예산도 같은 이유로 전액이 사라졌다. 비상대비 예산은 이유를 명시하지 않고 전액 삭감했다.
잼버리조직위의 침수·폭염 대비 추가예산 요청도 ‘뒷북’이었다. 잼버리조직위는 행사 9개월 전인 지난해 11월에도 여가부에 235억원의 추가예산을 요청했다. 당시 이미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잼버리 영지의 침수·폭염 문제가 숱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잼버리조직위가 요구한 예산 내역에는 침수 대비 예산이 없었다. 폭염 관련 예산은 ‘단위대 그늘막(몽골텐트)’ 설치 비용 6억원이 전부였다.
조직위가 추가예산을 요청하기 1개월 전인 지난해 10월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침수·폭염 우려가 나왔지만 김 장관은 “태풍과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며 “차질 없이 준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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