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기 2년, 혐오와 고립…장애 아동 부모들이 '만에 하나'에 매달리는 이유

신진 기자 2023. 8. 2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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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왕의 DNA' 논란을 계기로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를 상대로 엉터리 치료법을 내세워 돈벌이를 하는 연구소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해 보니, 강남 유명 한의원부터 영재 학원까지 자폐 아동 부모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신진 기자입니다.

[신진 기자]

나이에 맞게 커가던 아이가 어느 날 퇴행합니다.

하던 말을 못 하고 불러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부모들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이수현/발달장애 아동 부모 : 자폐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는 거예요.]

'자폐 여부를 판별한다'는 한 교육 기관, 회초리로 겁을 줘 판정합니다.

[이수현/발달장애 아동 부모 : 아이 눈앞에서 회초리를 휘두르는 거예요. 아이가 너무 놀라서 뛰어온 거예요. 그분(연구소장)이 그러시는 거예요. '이 아이는 자폐가 아니다.']

말 못하는 아이는 자주 이상 증상을 보이고 부모는 답답합니다.

[이수현/발달장애 아동 부모 :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아침부터 울기 시작하더니 울음을 안 그쳐요. 대학병원에서 검사 싹 했고요. 근데 아무 이상이 없대요.]

이런 부모를 파고드는 치료 홍보, 다양하고 현란합니다.

[김모 씨/발달장애 아동 부모 : 정상적인 과학이나 의학에서는 방법이 없다는데 한의학이나 동종의학에서는 좋아진 사례가 있다고…]

서울 강남 한 한의원, '보약 먹으면 자폐가 거의 없어진다'며 한 달 수백만 원을 부릅니다.

근거는 명확치 않고,

[이수현/발달장애 아동 부모 : 장기에 열이 찼다, 열이 차서 두뇌와 소통이 안 된다…]

부작용만 겪기도 합니다.

[김모 씨/발달장애 아동 부모 : 아이가 8살이었거든요. 가슴에 몽우리가 올라오는 거예요. (약 복용을) 중단했더니 다시 없어졌어요.]

대체 의학에도 매달려 보지만 결과를 책임지지 않습니다.

[김모 씨/발달장애 아동 부모 : 아이의 소변보는 곳이 다 빨갛게 허는 거예요. 남자 자폐 스펙트럼 친구들에 대해선 임상을 하고 있대요. 근데 여자아이들은 경험이 별로 없대요.]

전문가들은 절박한 부모 마음을 이용한 상술이라고 지적합니다.

[앵커]

이런 치료법들 냉정하게 따져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입장에선 치료법이 있다고 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이어서 이은진 기자입니다.

[이은진 기자]

황인성 씨는 지난 5월 6살 아들을 '중증 자폐성 장애인'으로 등록했습니다.

만 2살 때 이상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정확한 진단 받기까지 3년 넘게 걸렸습니다.

[황인성/자폐성 장애 아동 부모 : 대기 기간이, 제가 정말 원하는 대학병원의 의사분은 2년 이상이었고…]

18세 이하 자폐성 장애인은 1만 4000여명으로 집계됩니다.

실제로는 10배 이상일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아 정신과 전문의는 350여 명입니다.

겨우 전문의를 만나도 길게 상담할 시간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가 적정 치료 마지노선.

[황인성/자폐성 장애 아동 부모 : 조기 개입, 치료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치료를 해야 하는지 혼란이 오는 거죠.]

이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수현/발달장애 아동 부모 : 공신력 있는 정보 제공 기관이 전혀 없으니까 엄마들이 지금은 대부분 검색을 하거나 맘카페, 유튜브…]

누구나 겪을 수 있는데 누구도 돕지 않습니다.

[권정민/서울교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 : (미국의 경우) 당장 받아야 하는 치료에서부터 전체 인생까지 고려한 로드맵을 쫙 보여주거든요.]

완치는 없고 아이 인생은 깁니다.

살면서 발달 장애인이 받을 시선도 부모들은 잘 압니다.

[류승연/발달장애 청소년 부모 :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장애 혐오가 무의식에 있어요. 장애란 나쁜 것, 안 좋은 것, 부끄러운 것, 창피한 것, 있으면 안 되는 것.]

효과가 있다고 하면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류승연/발달장애 청소년 부모 : 내 자식이 그런 나쁜 장애를 지니고 있대요. 어떡해요. 어떻게든 치료를 시키고 끌고 다니고. 그게 부모니까.]

부모들이 '만에 하나' 치료법에 매달리는 서글픈 이유입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지식황')
(영상디자인 : 신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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