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끝나자 日 '오염수' 변수… 한일관계 또 시험대
과거사·독도 영유권 억지 등 '상수화'된 갈등 관리도 과제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 중인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이르면 오는 24일 시작된다.
올 7월까지 한일 양국과 리투아니아를 오가며 4차례 열린 한일정상회담과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최근 수년간 계속돼왔던 한일관계의 경색 국면이 눈에 띄게 해소돼가는 분위기지만,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싼 여론 동향이 향후 양국 관계에도 상당한 '변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22일 한일 양국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일본 측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주재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 시점을 결정하기에 앞서 우리 정부에도 해당 사안이 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이에 대해 외교소식통은 "최근 한일 간 소통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 여론 동향은 이 같은 평가와 사뭇 다르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에 대한 국내외 안전성 우려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가 "'일본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만 반복적으로 밝혀왔던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 도쿄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의 지하수·빗물 유입 때문에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뒤 바닷물에 희석해 바다로 흘려보낸다는 계획이나, 이렇게 정화 처리한 오염수(일본에선 '처리수'라고 부름)에도 트리튬(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은 그대로 남아 있어 국내외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에선 알프스 설비의 성능 자체 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방류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가 참여토록 하며, △방출하는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 측에 통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이 가운데 전문가 파견 문제만 후쿠시마 현지 상주가 아닌 IAEA가 운영하는 현장 사무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일본 측이 윤 대통령의 요청 사항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전문가 시찰단의 후쿠시마 현지 방문 등 자체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일본 측에 권고한 △알프스 필터 점검 주기 단축 △알프스 입·출구의 오염수 농도 측정시 5개 핵종 추가 △핵종별 방사능 과소 평가시 방사선영향평가 재수행 △방류 후 인근 주민 피폭선량 평가 등 4개 사항 중에서도 IAEA와 협의가 필요한 핵종 추가를 제외한 3개 사항은 일본 측이 받아들였단 게 국조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본 측이 오염수 방류 개시를 앞두고 일단 우리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고 해도 이를 실제로 운용하는 데는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당장 우리 전문가가 IAEA의 후쿠시마 원전 현장 사무소를 방문하는 주기·기간 등을 정하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그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는 별개 문제"란 입장을 밝혀왔으나, 일부에선 "방류가 일단 시작되면 일본 측이 우리나라의 수산물 수입 규제를 해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등 8개 현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과 15개 현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해왔다.
여기다 일제강점기 과거사 문제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 영유권 주장에 따른 한일 양국 간의 해묵은 갈등은 이미 '상수화'된지 오래다.
우리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측이 그에 충분히 화답하는 행보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도 재차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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