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이진숙·차기환…MBC탄압 흑역사 장본인들의 귀환
각각 尹정부 방통위원장, 방통위원, 방문진 이사장 유력
2814일간 김재철 체제와 싸웠는데…"MBC 향한 살의 느껴져"
언론노조 MBC본부 "방송장악 적폐 집합소된 방통위" 규탄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10년 3월2일. 국가정보원이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작성한 날 김재철 MBC 사장이 취임했다. 문건에 적힌 '전략'은 단계적으로 실현되었고, 공영방송 MBC는 추락했다. 제작 자율성이 위축되고, 공정방송 투쟁에 나섰던 기자PD들은 보도제작부서에서 쫓겨났다. MBC 구성원들은 김재철 체제를 끝내기까지 2814일간 싸웠다. 이 과정에서 2010년 39일 파업, 2012년 170일 파업, 2017년 72일 파업에 나서야 했다.
해고가 잇따랐다. 이용마 기자는 2108일 만에, 강지웅PD와 정영하 기술감독은 2079일 만에, 박성호 기자는 2022일 만에, 최승호PD와 박성제 기자는 2001일 만에 MBC로 복직했다. 공정방송 투쟁의 맨 앞에 있던 이용마 기자는 복막암으로 2019년 8월21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동료였던 김민식PD는 그의 빈자리에 슬퍼하며 오열했다. 그의 빈자리는 2814일간의 투쟁이 남긴 MBC의 상흔이었다.
2017년 검찰은 'MBC정상화' 문건의 실질적 작성 지시자로 청와대 홍보수석실을 지목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동관씨다. 그런 그가 방통위원장이 눈앞이다. 김재철 체제를 '지원사격'했던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차기환 이사는 “정권 하수인으로 방문진을 정치적 이전투구 장으로 전락시키고, MBC 암흑기를 주도했던 장본인”(언론노조 MBC본부)으로 꼽힌다. 그런 그는 최근 방문진 보궐이사로 선임되며 향후 이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진숙 전 대전MBC사장이 내일(23일) 임기가 끝나는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차관급) 후임으로 국민의힘 추천을 받았다. 이 전 사장은 2012년 MBC기자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제명했던 인물로, 2010년 7월 MBC 홍보국장을 맡으며 '김재철의 입'이 되어 노조 탄압의 맨 앞에 있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듯 MB정부 시절 MBC 탄압의 상징적 인물인 세 사람을 윤석열정부가 중용하고 있다. MB시절 MBC탄압 흑역사 장본인들의 귀환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2일 성명을 내고 이진숙 전 사장을 가리켜 “MBC 구성원들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고, 입에 올리고 싶지도,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인물이다. 단언컨대 이진숙은 권력의 MBC 장악 시나리오를 가장 선봉에서 실행해온 부역자 중의 부역자”라고 주장한 뒤 “이동관에 이어 이진숙까지 방송장악 적폐들의 집합소가 된 방통위는 존재 이유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MBC본부는 “(이진숙은) 온갖 궤변으로 김재철의 악행을 옹호했고,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 넘게 이어온 정당한 파업에 대해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왜곡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했으며 “故이용마 기자를 포함해 MBC 구성원들에게 해고, 부당징계, 부당전보의 칼날을 가차 없이 휘두른 장본인”이라고 했다. 또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본부장으로 유가족 폄훼 보도 등 세월호 보도 참사를 야기한 당사자이자 책임자”라고 했다. 무엇보다 “MB정부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문건에서 MBC 장악의 마지막 단계는 바로 '민영화'였다. 이진숙은 민영화까지 실제 추진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김재철 체제에서 파업에 참여했던 한 MBC 시사교양PD는 “명백하게 국가문서로 MBC 제작편성 불법 개입이 드러난 사람이 방통위원장으로 오고, MBC 민영화 사건 장본인이 방통위원으로 오고, 김재철 체제의 실질적 뒷배 같았던 방문진 이사가 이사장으로 온다는 걸 보면서 이 정부에게 MBC를 말살하려는 살의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PD는 “다른 보수적 인사도 많은데 MBC를 완전히 망가뜨렸던 사람들을 그때보다 더 중요한 위치로 다시 보내고 있다. 그때보다 더 하라는 신호다”라고 우려했다.
MBC 내부는 분노와 허탈감 등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역시 김재철 체제에서 파업에 나섰던 한 MBC 기자는 “짜증이 많이 난다. 암담하기도 하다. 10년 전처럼 뭉쳐서 싸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10년 전과는 많은 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우리에게도 지배구조를 바꿀 기회가 있었는데 (文정부에서) 골든타임을 놓쳤다. 지금 사태의 7 정도가 이쪽(여당)의 뻔뻔함이라면 3은 저쪽(야당)의 업보”라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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