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15년 만에 돌아온 날, 태국 총리에 세타 선출
탁신 친나왓(74) 전 태국 총리가 15년간 망명 생활을 끝내고 22일(현지 시각) 태국으로 돌아왔다. 망명 중 3건의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귀국 즉시 수감됐지만, 같은 날 실시된 의회의 총리 선출 투표에서 탁신계가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면서 탁신의 사면 여부가 주목된다. 20여 년간 태국 정치를 양분해온 탁신가(家)와 앙숙 군부가 손을 잡고 공동 집권을 공식화하면서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쯤 방콕 돈무앙 공항에 전용기를 타고 도착했다. 남색 정장과 붉은색 넥타이 차림에 왕실 휘장이 달린 노란색 배지를 달고 나타난 탁신은 프아타이당을 이끄는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 등 가족들과 만났다.
탁신은 공항에서 대법원으로 이동해 재판 선고를 받은 뒤 방콕의 한 교도소로 이송됐다. 망명 중 미얀마 차관(借款·정부나 기업 간 대출) 불법 승인, 통신사 주식 불법 보유, 디지털 복권 발행 관련 비리 등 부정부패 혐의 3건에 대해 8년형이 확정돼 구금 절차를 밟은 것인데, 태국 교정 당국은 고령과 기저 질환을 고려해 그를 교도소 내 병원의 1인 병실에 입원시켰다고 밝혔다.
세간의 이목은 탁신의 사면 여부에 쏠린다. 태국 현행법은 유죄 판결을 받은 70세 이상 국민은 왕실 사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부와 탁신가의 대결 구도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5월 총선에서 군주제 개혁과 징병제 폐지 등 다소 과격한 공약을 내세운 ‘하버드대 출신 40대 기수’ 피타 림짜른랏의 전진당(MFP)이 예상을 깨고 승리했다. 이에 프아타이당은 전진당과의 연정을 추진했지만,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피타의 총리 선출이 무산되자 전진당을 배제한 채 정부를 꾸리기로 했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앙숙인 군부와 연정하겠다고 밝혔다. 탁신이 귀국한 것은 이로부터 닷새 뒤다. 탁신계 주도의 프아타이당 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왕실의 사면을 기대하고 귀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탁신이 귀국한 이날 오후 태국 의회는 프아타이당이 내세운 세타 타위신(60) 전 산시리(부동산 개발업체) 회장을 총리로 선출했다. 상·하원 의원 728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과반이 훨씬 넘는 482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165명, 기권은 81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프아타이당은 군부 진영 정당을 포함한 10개 야당과 연합해 세타를 추대했다. 프아타이당 등은 패통탄을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내각 구성안을 미리 마련한 상태다.
이 같은 결과는 탁신계 프아타이당과 군부의 예상 밖 연정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타나폰 스리얀쿨 태국 정치정책연구소 소장은 방콕포스트에 “탁신이 사면되면 10년 넘게 이어진 (탁신계와 군부 간) 정치적 갈등이 종식될 것”이라며 “프아타이당이 군부 정당과 함께하겠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탁신이 감옥에서 (당분간) ‘정치적 인질’로 복역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군부의 앙숙이었던 탁신계가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1당이 된 전진당을 저버리고 군부 세력과 연정을 구성한 것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2001년 총리에 당선돼 태국 사상 최초로 총리 연임에 성공한 탁신은 태국 친(親)서민 정치의 거두(巨頭)로 불렸다. 하지만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후 2008년 잠시 고국에 들렀다가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영국 런던 등에서 피신해왔다. 그의 전격적인 귀환은 태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왕실 개혁과 민주화 여론이 분출하자 군부, 탁신계, 왕실 3자가 손잡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 상황을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2008년엔 탁신의 매제인 솜차이 웡사왓, 지난 2011년엔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이 각각 총리로 선출되는 등 태국에선 탁신 가문의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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