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원전 이용률 ‘10%P 높이기’ 목표… 안전 확보도 최우선 과제” [세계초대석]
이용률 높이면 원전 2∼2.5개 짓는 효과
에너지비용 절감·탄소중립 달성에도 중요
한빛4호기 재가동 등 원전 생태계 복원
체코·폴란드 원전 수출 후속절차 순항
소형모듈원전 사업 글로벌 시장 선점 박차
사용후핵연료 포화 예측시점 7년 앞으로
한빛본부 건식저장시설 2030년까지 완공
지역주민과 최대한 소통하며 건설 계획
“원자력발전 이용률을 미국처럼 90%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앞으로 이용률을 10%포인트 높이면 원자력발전소 2∼2.5개를 더 짓는 효과를 가져온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목표로 ‘원전 이용률 10%포인트 올리기’를 내세웠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원전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원전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에너지 안보는 물론 탄소중립 달성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4일 서울 중구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취임 1주년을 돌아보며 원자력 발전의 안전과 원전 생태계의 효율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
“취임 직후부터 원전산업 재도약을 위해 달렸다. 지난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과 올해 2600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역량을 입증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서 건설 중인 APR1400 원전 4기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 40여년간 전해온 우리 원자력발전 경쟁력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성과다.”
―윤석열정부 들어 원전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가 변화를 겪고 있는데.
“국내 원자력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빛 4호기가 5년 만에 재가동됐고, 신한울 1호기도 준공해 경북지역 연간 전력소비량의 약 4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한수원은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의 약 31%를 생산했지만 판매금액의 비중은 약 11%에 그쳤다. 그 차이인 20%는 원자력발전을 활성화해 전기요금 상승요인을 억제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국민 경제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전력거래 구조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변화에 대비해 81.6%에 머물러 있는 원자력발전 이용률을 90%대로 올려야 한다. 여기에는 안전 기반이 포함된다. 원자력 운용 상징국인 미국은 원전 이용률이 90% 초반을 넘어섰다. 임기 중에 원전 이용률을 10%포인트 올리는 게 목표 중 하나다. 이용률을 10%포인트 높이면 원자력발전소 2~2.5개 짓는 효과를 가져온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과 계속운전 10기에 총 15조원 정도가 투입될 전망인데.
“원전은 안전성을 바탕으로 타 발전원 대비 뛰어난 경제성과 환경성을 갖고 있다. 한수원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2년 기준 원전 이용률은 전년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를 발전량으로 보면 1만8039GWh(기가와트시) 증가한 것이다. 이는 LNG 대비 발전비용 3조4000억원 절감, 온실가스 약 870만t 저감 효과가 있다. 또 고리2호기를 비롯해 앞으로 7년 이내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 10기를 10년 계속운전하면 약 107조원의 국가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CF100에 포함되지만 RE100을 고려하진 않는다. 이에 대한 생각은.
“한수원은 지난해 11월 체코 신규 원전 관련 최초입찰서를 제출했으며 후속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폴란드 전력공사 PGE, 폴란드 민간전력사 ZE PAK와 폴란드에 한국형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발주사인 PGE와 ZE PAK는 올해 5월 원전사업 준비단계 역무 수행을 위해 특수목적법인(PPEJ)을 설립했다. 현재 한수원은 특수목적법인 PPEJ와 타당성조사 수행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타당성조사 계약을 맺고 1년∼1년반 추진되면 재원 조달방법 등이 나오게 되고 그 이후 본격적인 계약에 착수할 계획이다.”
―원전 계속운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원전 이용률을 올리면 결국 사용후핵연료가 많아진다. 포화시점 예측은 다르긴 하지만 2030∼2031년이면 한빛·고리원전부터 포화가 시작된다. 사용후핵연료가 포화되면 그 원전은 더 이상 가동을 못한다. 이제 7년 남은 셈이다. 고리, 한빛, 한울 원전본부의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올해 2월, 4월에 이사회에서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건식저장시설은 원전 부지 내에 한시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이미 많은 국가가 채택한 안전성이 입증된 저장시설이다. 한수원은 습식저장조의 포화가 가장 빨리 다가오는 한빛본부의 건식저장시설을 2030년까지 건설을 완료해 정상적인 원전 가동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또 건설 과정에서 원전 지역 주민분들과 최대한 소통하면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20%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지만 부피를 줄일 수 있다고 해서 영구처분장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신사업 추진 현황은.
“최근 미래 원자력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이 각광받고 있다.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는 ‘i-SMR’의 경우 연구개발(R&D) 종료 시점에 차별화된 사업화 전략을 마련해 글로벌 SMR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i-SMR은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2021년부터 추진한 개념 및 기본설계 과제에 이어 올해부터는 정부 공동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전환해 표준설계 인허가를 2028년까지 취득할 예정이다. 또 해수와 담수의 염분농도 차이를 활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염분차 발전’과 같은 미래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동해시와 협약을 맺고 실증 시범사업도 하기로 하는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수원의 미래는.
“한수원은 다양한 이력을 가진 직원들과 다양한 전공자, 전문가 등 다채로운 개성을 가진 1만20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그 다양성만으로도 시너지가 나는 회사다. 한수원이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하여 수준 높은 교육프로그램을 직원들에게 제공해 직원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청정 에너지 리더로서 안전하고 자긍심 넘치는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어 나가겠다. 많은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1956년 부산 출생 ●서울 경기고 ●서울대 핵공학과, 조지아공대 대학원 보건물리 석사 및 원자핵공학 박사 ●경희대 공과대학 원자력공학과 교수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주도기술전문위원회 위원장 ●제15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제17대 한국에너지공학회 회장 ●경희대학교 국제부총장 ●제29대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산업부 원전수출자문위원회 위원장 ●제10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대담=김기환 산업부장, 정리=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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