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복제 않도록"…'타겟' 신혜선, 극한 속 살아남으려는 DNA(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용기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 신혜선(34)은 22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용기는 정말 대단했다. 저라면 그냥 넘어갈 거 같다. 예를 들어 저는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잘못 나와도 말은 못한다. 배우라서 얘기가 나올까 봐 걱정돼 말을 못하는 건 아니”라며 중고거래로 인해 사기를 당한 캐릭터와 자신의 성격을 이 같이 비교했다.
신혜선이 출연한 영화 ‘타겟’(감독 박희곤,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피어나)은 중고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신혜선 분)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담은 스릴러로 이달 30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데뷔 후 첫 번째 스릴러 장르라는 말에 “현실에서 볼 법한 소재라서 ‘현실 밀착’이라고 얘기해 주시는 거 같다. 특히 사소한 나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나온 거 같다”라며 “너무 현실적이지만 영화니까, 장르적인 재미로 봐주시는 게 제일 좋을 거 같다. 늦여름에 나온 스릴러 장르이다보니 러닝타임 1시간 40분 동안만 이야기에 공감하며 (수현의) 두려움을 대리 경험해보셨으면 좋겠다”고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이어 신혜선은 “그동안 스릴러 장르의 제안을 받진 못했었다. 물론 제가 장르를 따져가며 작품을 하는 건 아니지만. 로코도 많이 해보지 않아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욕심도 있는데 스릴러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제안이 들어와서 좋았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수현 역의 신혜선은 “이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이유 중 하나가 짧은 (연기) 경력 속 가장 무색무취에 가까운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저와 ‘여자 사람’이라는 공통점만 있다”며 “저보다 용기 있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라 배우로서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이 캐릭터를 택한 이유를 부연했다.
캐릭터를 접하고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어떤 캐릭터성이 부여되면 제가 그 사람에 맞게 말을 하고, 짜증을 내는 방식도 택할 수 있는데 ‘수현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방향성이 나오지 않았다. 평범한 인물이라서 연기하기 더 어려운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어 신혜선은 캐릭터를 그려나간 과정에 대해 “첫 번째 괴롭힘 후, 두 번째 괴롭힘 후 그녀의 감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면서 연기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며 “저는 드라마 중 캐릭터가 중요한 게 있고 스토리가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느낀다. 제가 경력이 길지 않지만 맡은 배역의 캐릭터성이 드라마의 큰 축을 담당한 경우가 꽤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성격과 말투를 잡는 게 명확했다. 근데 수현은 그런 부분을 정하지 않고 가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물의 디테일 감정까지 계산하기 힘들었다는 신혜선은 “현장에서 감독님과 배우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공을 돌렸다. 공포영화들 가운데 참고한 작품이 있느냐는 물음에 “저는 범죄 관련 프로그램을 조금 좋아한다. 매주 챙겨 보는 편”이라며 “제가 피해자분들의 심정을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제가 시청자에 불과해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정을 이입하는 데 약간의 도움은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2년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한 신혜선은 영화 ‘검사외전’(2016)을 시작으로 ‘하루’(2017), ‘결백’(2020), ‘도굴’(2020) 등의 영화에 출연해왔다.
이날 신혜선은 “어제 영화관의 큰 스크린으로 오랜만에 제 작품을 봤는데 너무 좋더라”며 “만족감보다 ‘더 잘할 걸’이라는 후회가 먼저 들었다. 물론 지금껏 내 연기를 보며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다”며 “현장에서 제가 만족할 때까지 찍을 수도 없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적당하다 싶으면 내려놓는 법도 터득하고 있다. 이 영화도 한 번 더 봐야 객관적으로 느낄 수 있을 거 같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이번 현장에서 저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정을 잡고 있지 않았고 웃고 떠들다가 들어갔다. 그렇게 해봤더니 더 몰입이 잘되더라. 원래 이런 스타일은 아니고 작품마다 다른데, 이런 방식도 캐릭터에 몰입할 때 좋은 거 같다. 현장 분위기가 좋은 게 제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인 거 같다. 저는 배우들 간에 사람으로서 편해졌을 때 연기하는 데 있어서 더 편하다.”
직장인 수현은 중고거래로 사기를 당한 후 무너진 일상을 바로잡고자 직접 나선다.
“중고거래는 못 해봤다”는 신혜선은 “제가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도 얼마 안 됐다. 제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웃음) 근데 저희 가족들은 중고거래를 많이 한다. 특히 7살 조카가 중고거래를 자주 한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이어 신혜선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물론 저는 그 문화가 좋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영화와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로서 한 가지 장르에만 특출나고 싶지 않다는 신혜선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에 대해 “제가 귀신을 너무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공포물을 해보고 싶다. 제가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촬영을 하면 덜 무섭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신혜선은 또한 “휴먼 드라마도 하고 싶다. 어떤 큰 사건에 휘말리는, 대단한 인물도 재미있지만 나와 가장 가까운 얘기를 하고 싶다. 사람 사는 것에서 오는 감정이 사실 연기하기 어렵지만,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역명 없는 단역으로 시작해 존재감을 드러내며 어느덧 주연으로 성장한 그녀는 “저는 쉬는 날이 많으면 되게 힘들다. 다행히 쉬는 날이 많진 않았지만.(웃음) 나이가 많은 게 아님에도 조금씩 몸이 지칠 때가 있다. 몸에 바이어러스가 침투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쉰다. 아니면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그런 것들까지 귀찮으면 그냥 누워있다”고 일상 속 휴식법을 전했다.
신혜선은 새 영화 ‘용감한 시민’(감독 박진표)과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신혜선 “이 정도 필모그래피로 제가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기엔 조금 부족한 거 같다”며 “저 스스로에게 야박한 사람이라서 칭찬하긴 그렇다.(웃음) 그래도 ‘첫 스릴러 도전이니까 조금 열심히 했네?’라는 말은 해주고 싶다. 똑같은 사람이 하는 연기라 보는 이들에게 저 역시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자기복제는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제가 앞서 다른 느낌으로 연기했던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조금이라도 차이를 두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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