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상인 “결국 닥친 오염수 방류…정부 대책도 없이 국민 외면”
“2~3개월간 여파 확인될 것
방류되면 빨리 멈추게 해야”
물질하는 해녀들 “불안” 한숨
수산물 소비 급감 예상에
실질적 피해 대책 마련 촉구
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겠다고 22일 밝히자 어민·해녀 등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이들은 “설마설마하던 최악의 사태가 드디어 닥쳤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 결정에 한마디도 못하는 정부에 무력감을 느낀다”며 실질적인 피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남 완도에서 20년간 양식업을 해온 위장명씨(47)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 전복 어가들은 앞으로 소비가 줄어들 걸 예상하고 전복을 미리 출하한다. 그 때문에 전복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당장 앞으로 키울 전복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곳도 많다. 나도 내년부터는 전복을 새로 키우지 않을 작정”이라고 했다.
이어 “어민들 사이에서는 오염수 이슈가 계속 이어질 텐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고민이 크다. 정말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라며 “정부가 오염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줘야 ‘우리 정부는 국민 편이구나’ 하고 안심하는데 무조건 일본 입장만 대변하니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2~3개월간 오염수 여파가 확인될 것”이라며 “많은 어민이 이맘때면 늘었던 추석 선물 세트 주문이 아예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소비자들은 믿지 못하는 것이고, 결국 피해는 어민들의 몫”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80% 이상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는데 정부는 어민을 위한 피해 대책은 말하지 않는다”면서 “최대한 빨리 방류를 멈추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본 어민들과 함께 도쿄전력 등을 상대로 한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바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해녀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50여년간 물질을 하며 미역·톳을 팔아 생계를 이어온 해녀 이모씨(67)는 “다른 방법도 많을 텐데 왜 일본이 바다에 뿌리는 것만 고집하는지, 우리 정부는 반대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며 “당장 미역, 톳 등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김진오 경남 통영 대항마을 어촌계장은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오염수 방류를 용인한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70대 상인 A씨는 “요즘 수산시장에는 사람이 아예 없다. 평생 이 일로 밥벌이를 해왔는데 외환위기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정말 장사를 접고 싶은 심정”이라며 “국회의원들도 잠깐 생색내기 방문만 할 뿐 실질적인 대책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스쿠버다이빙 강사 김나영씨(39)는 “제주 사람들은 요즘 어디를 가나 오염수 이야기를 한다. 물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입장에서 안전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김씨는 다른 스쿠버다이버들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수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는 “정부의 태도에 무력감을 느끼고, 가끔은 ‘내가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작은 목소리라도 내고 싶다”며 “앞으로도 매주 반대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김세훈·전지현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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