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도 부담인데 ‘팁’까지?

김은성 기자 2023. 8. 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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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카카오도 시범 도입
소비자 10명 중 7명 “부정적”
“선의조차 의무로 변질 우려”

미국 소비자 등이 ‘팁플레이션’(tipflation·팁과 인플레이션 합성어)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팁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국민 택시 애플리케이션(앱) 기업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사에게 팁(봉사료)을 주는 기능을 시범 도입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사실 타다와 아이엠택시 등 국내 다른 업체들도 해당 기능을 도입했지만, 택시 호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까지 가세하자 ‘국내에서도 팁 문화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배달 앱의 배달료 부과로 음식값에 배달비가 추가된 것처럼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불안감이 적지 않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9일 택시 서비스 중 일반 호출 서비스를 제외한 블랙, 모범, 벤티, 블루, 펫에 한해 팁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시범 도입했다. 이 기능은 카카오T 앱에서 서비스를 이용한 후 최고점인 ‘별점 5점’을 주면 팁 지불 창이 뜬다. 금액은 1000원, 1500원, 2000원 중 선택하면 된다.

팁은 지난해 택시 측 가맹점협의회와 상생 방안을 협의한 결과로, 협의회가 해당 기능 도입을 희망해 운영하게 됐다. 승객이 지불한 팁은 카드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 모두 기사에게 지급된다. 팁 지불 여부는 승객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 반응은 냉랭하다. 최근 소비자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71%가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호출 택시 팁 기능 적용이 향후 택시 이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부정적’(40.5%) 또는 ‘매우 부정적’(35.7%)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76.2%에 달했다. 선의로 시작된 팁이 의무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요식업계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오픈런’으로 유명한 빵집과 카페 등에서 팁을 요구받은 경험담이 ‘팁 박스’ 사진 등과 함께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업체가 요구한 팁은 결제 금액의 5~10%다. 소비자와 누리꾼은 불쾌감을 표했다. 팁 문화가 정착된 미국 등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직원 시급을 팁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의무화된 한국에 팁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또 식품위생법은 부가가치세와 봉사료를 모두 포함한 ‘최종 가격’을 메뉴판에 표기하도록 해 팁을 요구하는 건 추가 비용을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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