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꼬리표 떼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탈바꿈 예고

이동수 2023. 8.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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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으로 새출발 결의 ‘류진號’
‘국정농단’ 이후 떠났던 4대그룹
6년 6개월 만에 복귀 현실화
삼성 4개 계열사 동참에 동의
나머지 그룹도 합류 이어질 듯
“따가운 시선 있지만 신뢰 회복”

“제가 있는 한 그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

류진 신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2일 전경련 임시총회 등에서 “아직도 우리를 지켜보는 따가운 시선들이 있다. 부끄러운 과거를 완전히 결별하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류 회장이 말한 ‘사건’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한 774억원의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일이다. 정경유착 비난에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차례로 전경련을 떠났다.

6년6개월이 흐른 지금,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남은 회원사들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자동 승계되는 데 찬성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날 “삼성전자·SDI·생명·화재 4개사는 전경련의 지속적인 요청을 받고, 수차례에 걸친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와 이사회의 신중한 논의를 거쳐 각사 CEO들은 한경협으로의 흡수통합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4개사와 함께 삼성그룹 한경연 회원사인 삼성증권은 이사회의 반대 등을 고려해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4대 그룹 계열사 중 한경연 회원사는 삼성 5곳 외에도 SK 4곳(SK㈜,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현대차 5곳(현대차·기아·현대건설·현대모비스·현대제철), LG 2곳(㈜LG·LG전자)이 있다. 삼성이 전경련 복귀를 공식화한 만큼 나머지 그룹도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류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 합류가 오너들과의 교감을 통해 이뤄졌다고 내비쳤다. 그는 “제가 (4대 그룹) 선친들을 다 안다”며 “국민이 존경하고 기대할 수 있는 경제연합회를 만들어 보자는 게 제 생각이었고 (오너들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혼맥(婚脈)으로 얽혀 있어 삼성이 복귀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질문엔 “혼맥은 전혀 관계가 없다. 이 회장은 예전부터 알고 지냈다. 혼맥보단 인간 이재용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류 회장의 처남과 이 회장의 이모가 혼인관계에 있다.

자동 승계 방식으로 4대 그룹의 우회 가입을 유도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번 기회에 4대 그룹이 못 들어오면 평생 못 들어오는 건데, 그게 우리나라를 위해서 좋은 것인가”라며 “(4대 그룹도) 굉장히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한경협의 목표를 ‘G7’(주요 7개국) 합류로 잡았다. 그는 “G7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 글로벌 무대가 우리의 미래”라며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한경협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을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탈바꿈한다는 목표에 대해선 “다른 기업에도 있는 다수의 경제연구원과 협업하고 아웃소싱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와 필요한 정보를 가져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면서 다루는 정보의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경협의 새 출발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 저성장 국면을 타개한다는 측면에서 4대 그룹의 복귀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전경련이 대통령 관심사항에 알아서 기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며 “편법적인 단체행동의 통로역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6개월간의 ‘회장 공백’기간에 전경련을 이끌어온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은 이날 고문으로 위촉됐다. 류 회장은 ‘정치권에 몸담은 김 직무대행을 고문으로 두면 정경유착 우려가 생긴다’는 지적에 “회장 직무대행을 했으니 예외적으로 고문을 맡는 것”이라며 “정치인을 고문으로 쓰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수·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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