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먹기식 R&D” 대통령 호통 뒤…8년 만에 예산 13.9%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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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국가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24조9천억원)보다 13.9%(3조4천억원) 줄이기로 했다.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알앤디 예산안을 다시 마련한 건, 윤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알앤디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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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국가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24조9천억원)보다 13.9%(3조4천억원) 줄이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달 전 내비친 ‘알앤디 카르텔’ 비판이 예산 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과학계에선 기초연구 분야 예산 삭감 등이 미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오전 열린 제4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가 주요 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는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알앤디 예산안을 다시 마련한 건, 윤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알앤디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여당에선 연일 ‘알앤디 카르텔’ 혁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누적된 비효율을 과감히 걷어내어 효율화하고, 예산과 제도를 혁신해 이권 카르텔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과기정통부 쪽에선 “어떤 사업을 수행할 때 거기에 일부 카르텔적 요소가 있는 과제들이 있을 수가 있다는 것이지, 어떤 사업을 카르텔 사업이라고 특정 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식 사업, 성과 부진 사업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108개 사업을 줄여, 내년도 알앤디 예산을 올해보다 3조4천억 감소한 21조5천억원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국가전략기술 예산은 늘었지만, 기초연구 예산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은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올해(4조7천억원)보다 6.3% 증가한 5조원이 배정되는 등 혁신 알앤디 분야에는 모두 10조원이 투자된다. 또 국방과 공공 분야 알앤디 등 국가임무 수행을 위한 필수 알앤디에는 8조7천억원이 투자된다. 여기에는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마약 탐지·추적 및 중독 예방·치료 알앤디 예산 113억원도 포함됐다.
반면 기초연구 분야 예산은 2조4천억원으로 올해(2조6천억원)보다 6.2% 줄었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지원 예산도 올해(2조4천억원)보다 10.8% 줄어든 2조1천억원이 배정됐다.
또 과기정통부는 이날 ‘정부 연구개발 제도 혁신 방안’도 함께 내놨다. 우선, 법령을 고쳐 외국의 우수 연구기관이 정부 알앤디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지금까지는 정부 연구개발 사업에 외국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는 공동연구 또는 위탁연구기관으로만 참여 가능했다.
또 연구개발 사업 평가에 상대평가를 전면 도입해 20%에 ‘미흡’ 평가를 내리고, 해당 사업은 중단하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을 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재정집행 점검단을 운영해 재정집행 점검을 실시해 문제가 된 사업은 구조조정하고 다음 연도 예산 배분 조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과학계에서는 국가 알앤디 예산 제도를 점검해 조정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대폭적인 예산 삭감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이어확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세상 어디에도 기초연구를 등한시하고 응용연구나 당장 제품 개발 연구에만 집중해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며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결국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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