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래 물 부족량, 기후변화 반영시 정부 기존 추산의 2.4배"(종합)

한혜원 2023. 8. 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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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물·식량 분야 감사결과 공개
환경부,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때 '과거 52년' 날씨만 고려
농식품부·해양수산부 등에도 '미래 곡물생산·어획량 예측' 수정 지적
영산강 승촌보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정부가 물, 식량 분야에서 미래 기후변화를 반영한 중장기 위험 예측을 하지 않고 과거 정보만을 토대로 관련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이 22일 나왔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Ⅰ(물·식량 분야)' 감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감사원은 한국수자원공사, 농수산대학교, 농촌경제연구원, 수산과학원 등 전문기관의 예측 모델에 과거의 기상 정보가 아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투입해 미래 물·식량 수급을 다시 전망하고 관계부처의 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미래 10년' 물관리 계획 세우는데 '과거 52년' 정보 활용

감사원은 먼저 환경부가 지난 2021년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1966∼2018년의 하천 흐름 양상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물 수급을 예측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의 통합 물관리를 담은 청사진인데도, 과거의 물 정보만을 기준으로 계산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당시 계획에서 지난 52년간 최대 물부족량이 연간 2.56억㎥였기 때문에, 오는 2031∼2100년 국내 최대 물 부족량도 연간 2.56억㎥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미래 강수량을 예측해 다시 계산한 결과 2031∼2100년 물 부족량은 연간 5.80억∼6.26억㎥로 환경부 계산의 2.2∼2.4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온실가스가 저감되지 않고 모두 배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국내 160개 지역 중 99개(61.8%) 지역에서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 대비 물 부족량이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제공=연합뉴스]

감사원은 또 환경부가 당시 물관리 계획을 세울 때 국내 농업용수의 공급체계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경지면적 감소에 따른 농업용수 수요 감소를 과도하게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개수로 특성상 농경지 면적이 15% 줄어들더라도 물 공급량은 2%밖에 줄어들지 않는데, 환경부가 수요 감소를 단순 비례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농촌용수개발사업을 주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상습가뭄재해지구 지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농식품부는 미래 가뭄 위험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농촌용수개발사업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며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112개 지역 중 54개(48.2%) 지역이 최근 10년간 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도 과거의 가뭄 이력만 고려해 상습가뭄재해지구를 지정하고 있었는데, 미래에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112개 지역 중 96개가 재해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물 수급 예측 실패는 공장들이 자리 잡은 산업단지 운영에도 영향을 줬다.

[감사원 제공=연합뉴스]

올해 광주·전남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아 인근 댐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고, 여수·광양 산업단지에 공업용수 공급이 줄어 공장 가동을 축소하는 사례가 있었다.

감사원은 이 사례를 들면서 "국토부는 대규모 물 수요가 발생하는 산업단지 조성업무를 할 때 계획 단계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물부족 여부를 고려하지 않았고 지정·개발 단계에서 용수 공급 방안 총괄 관리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최근 3년(2020∼2022년) 국토부 산업단지지정계획에 포함된 207개 산업단지를 새로운 시뮬레이션 결과와 비교해 보니 산업단지가 없는 상태에도 생활·공업용수 부족이 예측되는 21개 지역에 44개 산업단지 조성이 추진 중이었다.

감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래 곡물생산·어획량 예측도 다시 해야"

감사원은 쌀·밀 등 농산물 수급과 바다 어획량 예측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는 단기적 가격 위기에만 대응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곡물 수급 위기 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미래 위기에 대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먼저 국내 쌀 생산량이 2020년 10에이커당 457㎏서 2060년 10에이커당 366㎏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제 생산량을 보면 2035∼2036년 국제 밀 생산량은 현재 대비 9.3%, 콩 생산량은 30%, 옥수수 생산량은 5.1%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감사원 제공=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진행하는 수산자원 관리정책도 변동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 해수온도 변화를 반영해 예측해 보니 어종별로는 차이가 있지만 전체 어획량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특히 현재 '연 2%씩 어획량 감축'을 진행 중인 꽃게 자원량은 미래에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리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는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Ⅱ'(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를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댐·교량 넘침 가능성,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항만배후지 침수 위험, 기온 상승에 따른 철도 변형 가능성 등을 관측하고 정부에 재해 예방을 위한 대비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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