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철수시킨 韓 잼버리 전투’… 계속되는 잼버리 책임 공방

김건호 2023. 8. 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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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사태에
행사 기획·주도한 전북도와 잼버리 조직위
개최 전 지원 文정부와 대회 실행 尹정부
여러 주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
與 “새만금 개발하려던 전북도의 검은 속내”
野 “1년여 준비… 대책 다 세웠다던 尹정부”
감사원, 원인 파악·책임 규명에 나설 방침

‘스코틀랜드 백넉번 전투, 미합중국 독립전쟁, 나치독일 덩케르크 전투, 오스만제국 갈리폴리 전투, 대한민국 잼버린 전투’

‘영국을 철수시킨 세계 5대 전투’라는 제목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글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부실운영을 이유로 영국팀이 일찍 퇴영하자 잼버리 대회를 잼버린 전투로 일컫는 이런 밈이 흥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상에선 이 밈을 두고 “잔류한 스웨덴팀은 영국팀이 있던 자리에 소소하게 기념비를 만들어주었다”고 하고, “독일팀은 영국팀의 퇴영 소식에 승리를 자축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린다.

이같은 화제를 만들었지만 국격을 훼손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국은 여전히 잼버리 책임공방을 두고 뜨겁다. 행사를 기획하고 주도한 전라북도와 잼버리 조직위, 잼버리 대회에 천문학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문재인 정부, 실제 잼버리 대회를 실행한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체가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지난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잼버린 전투 누가 책임? 문재인 정부 vs 윤석열 정부

22일 정치권에서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 사이엔 잼버리 사태의 책임에 대한 공방이 거세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임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과 전라북도에 있다고 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제 해야 할 일은 막대한 예산이 제대로 사용된 것인지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라며 “세금을 도둑질한 자가 있다면 소속과 지위,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새만금 사업 전반에 걸친 예산 낭비를 문제 삼고 있다. 강사빈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를 이용해 새만금을 개발하려고 했던 전북도의 검은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2018년 잼버리 특별법 제정 당시 법안 원문의 잼버리 여건 조성시설에 철도, 공항, 항만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즉 새만금 사업을 위한 예산을 타내기 위해 전라북도와 야당이 잼버리 대회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잼버리 대회 파행은 제대로 대회를 준비하지 못한 현 정부에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꿈과 희망 속에서 펼쳐져야 할 잼버리 대회가 악몽과 사고로 점철될 동안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고 지적했다. 
환자 밀려드는 잼버리 병원 모습. 연합뉴스
이번 잼버리 사태의 책임 공방에 전현직 대통령들까지 소환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잼버리 대회를 통해 새만금을 세계에 홍보하고 낙후된 전북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전북도민들의 기대가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됐다”면서 “대회유치 당시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통령실도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문 전 대통령이 현 정부 비판에 가세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문이 오늘 사설에서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썼다”며 “그런 평가를 유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즉 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에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년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갖고 ‘대책을 다 세워놨다’던 윤석열 정부 아니었나. 적반하장, 후안무치는 거울보고나 할 소리”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시작된 전북도 감사, 새만금 예산 깎일까 ‘전전긍긍’

잼버리 대회를 둘러싼 세금 낭비 논란에 정부는 향후 대대적인 감사 등을 통해 잼버리 파행의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감사원은 이날부터 전북도청 3층에 마련된 감사장에서 전북도로부터 잼버리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에 나섰다. 사실상 전북도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전북도는 이번 잼버리 사태로 인해 새만금 사업에 필요한 각종 사업 예산이 깎이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여당이 파국을 맞은 세계 잼버리에 대한 책임을 전북도에 돌리면서 새만금 사업 전반으로 논란이 확대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전북도는 제사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며 “잼버리의 성공개최는 핑계였을 뿐이고 SOC(기반시설) 예산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북도가 요구한 공항 등 내년 새만금 주요 사업 예산은 8400억원인데 현재 반영된 국가 예산은 5400억원이다. 특히 5000억 원을 희망했던 새만금 전주간 고속도로는 2900여억원으로 반영액이 줄었다. 감사 직접 당사자가 된 전북도청의 공무원노동조합은 잼버리 파행에 따른 감사원의 전북도 감사를 두고 “잼버리 감사에 한정하고 새만금 감사로까지 확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에 대해 공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도를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은 책임 소재를 전북도로 돌린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전날 전북도의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잼버리 파행의 덤터기를 전북에 씌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 14개 시·군의회 원내대표들도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잼버리의 파행 책임을 전북도에 전가해 전북도를 깎아내리거나 도민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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