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쪽공+155㎞ 강속구'를 쾅! 약점마저 극복한 김하성 ML 첫 그랜드슬램, 이래서 더 특별했다

김동윤 기자 2023. 8. 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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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김하성이 22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 2회초 1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김하성이 22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 2회초 1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치는 순간./AFPBBNews=뉴스1
김하성(가운데)이 22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 2회초 1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가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괄목상대. 일취월장.... 나날이 발전한다는 고사성어는 모조리 붙여줘도 부족하지 않다. 메이저리그 3년 차를 맞이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약점마저 극복하고 자신의 빅리그 첫 그랜드슬램(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정점을 찍었다.

김하성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펫코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2023 메이저리그(ML) 홈 경기에 1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이로써 시즌 타율은 0.278에서 0.280, OPS(출루율+장타율)도 0.808에서 0.819로 상승했다.

올해 김하성이 왜 샌디에이고 팬들에게 사랑받는지는 2회까지만 봐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김하성의 헬멧은 시작부터 또 벗겨졌다. 1회 선두타자로 나선 김하성은 마이애미 선발 라이언 웨더스의 4구째 시속 96.5마일(약 155.3㎞) 직구를 밀어 쳐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2루타로 연결했다. 김하성은 1루를 지나면서 헬멧이 벗겨지도록 전력질주했고 2루에 도달해 특유의 양손을 흥겹게 돌리는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이번엔 빠른 발 차례였다. 뒤이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김하성과 타티스 주니어는 차츰 시동을 걸었다. 타석의 후안 소토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고 김하성은 시즌 28호, 타티스 주니어는 23호 도루를 기록했다. 이미 한국인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 보유자인 김하성은 첫 30도루도 단 두 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매니 마차도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김하성은 홈을 밟아 선제점을 가져왔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두 번째 타석이었다. 2회 김하성 앞에서 루이스 캄푸사노, 가렛 쿠퍼, 트렌트 그리샴의 차례로 볼넷으로 출루해 1사 만루 밥상이 차려졌다. 웨더스는 위아래로 시속 97.2마일(약 156.4㎞) 직구와 89.1마일(약 143.3㎞) 체인지업을 찔러 넣어 2스트라이크 0볼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갔다.

김하성./AFPBBNews=뉴스1
김하성이 22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 1회초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22일(한국시간) 마이애미와 경기 전까지 김하성의 2023시즌 스트라이크존 구역별 타율. 노란색 원이 김하성의 몸쪽 공에 대한 타율이다. /사진=베이스볼 서번트

하지만 김하성의 표정에서는 흔들림이 없었다. 웨더스는 3구째 시속 96.6마일(약 155.5㎞)의 직구를 몸쪽으로 질러 넣었고, 김하성은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공울 좌측 담장으로 크게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95마일(약 152.9㎞), 비거리 359피트(약 109m)의 시즌 17호포이자 샌디에이고에 5-0 리드를 안겨주는 김하성의 빅리그 데뷔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이로써 최희섭(1개), 추신수(4개), 강정호(2개), 최지만(2개)에 이어 빅리그에서 만루홈런을 때려낸 다섯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또한 자신의 300번째 안타이기도 했다.

이번 그랜드슬램은 김하성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공을 이겨낸 결과여서 더욱 특별했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 경기 전까지 김하성은 몸쪽 공에 타율 0.244로 약한 편이어다. 또한 올 시즌 강속구 대처 능력이 좋아진 편이지만, 최근 다시 약한 모습을 보여 시속 95마일 이상의 공에 대한 타율이 0.230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몸쪽으로 들어오는 빠른 공을 '2스트라이크 0볼'의 타자에게 가장 불리한 상황에서 만루홈런이란 결과로 만들어 내면서 그야말로 펫코파크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우리의 한국인 왕(OUR KOREAN KING)", "Ha-Slam Kim(Ha-seong KIM과 만루홈런을 뜻하는 GrandSlam의 합성어).", "HSK의 S는 slam(그랜드슬램)을 의미합니다"라는 등 극찬을 보냈다.

김하성의 만루포 이후 경기는 완전히 샌디에이고 쪽으로 기울었다. 샌디에이고가 6-2로 승리하면서 선발 마이클 와카는 5⅓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10승(2패)을 달성했다. 2연패를 끊은 샌디에이고는 60승 66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와일드카드 3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5.5경기 차 7위에 머물렀다.

샌디에이고에 힘을 불어넣는 그랜드슬램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샌디에이고는 '길고 비참한 날'이라 불렸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패한 후 이번주 성적이 중요했다. 그들의 희미해진 플레이오프 희망은 사실상 이번주 성적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올해 샌디에이고가 스파크를 필요로 했을 때 김하성이 그 순간을 종종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언론과 사령탑의 찬사도 잇따랐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때때로 우리 팀 분위기가 다운될 때가 있다 해도 김하성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는 절대 공을 떨어트리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다. 많은 에너지를 가져오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의 제프 샌더스 기자는 자신의 SNS에 "샌디에이고에서 만루 홈런과 2루타 그리고 도루를 기록한 첫 선수가 김하성"이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김하성이 전설로 성장하고 있다"고 찬사를 남겼다.

김하성(맨 오른쪽)이 22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 그랜드스램을 때려낸 후 그리샴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공식 SNS
김하성(왼쪽에서 두 번째)이 22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서 만루홈런을 때린 후 함께 득점한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공식 SNS
2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의 6-2 승리를 알리는 그래픽./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 공식 SNS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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