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역 농가들 "추석 대목이 뭐예요?"… 수해 복구 전념

최다인 기자 2023. 8. 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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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물이 소 가슴까지 찼죠 상태가 나빠서 추석 대목은 기대도 안해요."

200평 규모에 19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 농가는 폭우가 훑고 간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소농장 주인 이모(48) 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선 비육 상태로 팔아야 하는데, 비를 피하는 과정에서 힘을 많이 써서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많이 빠졌다. (추석 대목이)지나서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내놓으면 그냥 버리는 것밖에 안된다"고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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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우에 축산농가 "소 외상 심각, 추석 대목 포기"
빗물에 사료, 각종 물품 떠내려가…경제적 손해 막대해
과수농가 "낙과에 수박 2500개 버려" '울상'
22일 찾은 충남 부여군의 한 소농가에서 다리를 다친 소를 주인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폭우로 물이 소 가슴까지 찼죠… 상태가 나빠서 추석 대목은 기대도 안해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충남 부여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비 피해로 가축들이 다치고, 과일 등이 손상되면서 이번 추석에는 수익을 포기하고 피해 복구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2일 오후 찾은 충남 부여군의 한 소농가. 이곳엔 최근 휩쓸고 간 폭우로 엉망이 된 가축장 재정비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200평 규모에 19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 농가는 폭우가 훑고 간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축사의 위 아래는 비를 맞은 흔적이 남아 있었으며, 소들의 상태도 심상치 않았다.

키우는 소 가운데 3마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다른 축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부가 찢기거나 다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충남 부여군의 한 소농가의 소들이 차오르는 빗물을 피해 도로 위로 피신해 있다. 사진=축산 농가 제공

실제 가축장 안에는 한 쪽 다리에 깊게 패인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로 불편한 걸음을 옮기는 소가 눈에 띠었다. 폭우에 놀랐던 탓일까, 나머지 소들도 갈비뼈가 드러난 앙상한 모습으로 애처로움을 자아냈다. 이 시기엔 소들을 살 찌워 대목장에 내놓아야 하지만, 폭우로 시달리면서 가축들의 무게가 덜 나가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 수익에 따른 손해가 우려되면서 이번 추석 대목 준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축산농들은 울상이다.

소농장 주인 이모(48) 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선 비육 상태로 팔아야 하는데, 비를 피하는 과정에서 힘을 많이 써서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많이 빠졌다. (추석 대목이)지나서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내놓으면 그냥 버리는 것밖에 안된다"고 한숨지었다.

사료를 비롯한 가축 물품 등이 가득 찬 빗물에 떠내려가면서 경제적 손해도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씨는 "한 포기에 1만 3000원인 사료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가축들의 무게를 다시 채우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사료를 대거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소연했다.

22일 충남 부여군의 한 수박 농가에서 주인이 폭우로 인해 버려진 수박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과수농가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했다.

부여의 한 수박 농가엔 버려진 수박들이 가득했으나, 주인의 표정에는 적막함이 감돌았다. 수박을 관리하는 비닐하우스는 총 6곳. 빗물에 상품이 젖으면서 수박밭은 폐허와 다르지 않았다.

부여군에서 과일 농가를 운영하는 김모(70) 씨는 "비닐하우스 한 곳에 약 500개가 들어가는데, 이번에 약 2500개 이상의 수박을 버려서 피해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비닐하우스 사이에 놓인 '수박 쓰레기 더미'는 폭우 피해가 심각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비를 맞아 팔지 못하게 된 수박을 웅덩이에 모아 버렸는데, 일부는 썩기도 해 악취까지 났다. 이로 인해 약 2000만 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이날 오후엔 비가 내리기도 해 농가들은 더욱 울적해 보였다. 작게 들려오는 빗소리를 뚫고 농가들의 우려 깊은 한숨만이 공허한 비닐하우스 안을 가득 채웠다.

그래도 농민들은 지친 마음을 가다듬고 비닐하우스 정리 등 복구 준비에 한창이었다. 비닐하우스와 출하를 앞둔 수박으로 채워졌어야 할 농가가 텅 비었지만, 다시 시작해보자는 다짐만큼은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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