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오염수 방류, 지지·찬성은 아냐”…이재명 “尹 책임 가볍지 않아”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방류 계획상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사실상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용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지지나 찬성은 아니다”라고 했다.
찬성하지 않지만 과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일본의 이같은 결정에 그린피스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일본이 오늘 역사에 후회를 남길 결정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반대 입장은 분명히 하지 않았지만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현장 정기 파견과 이상 상황 발생시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는 ‘핫라인’ 구축 등 “이중, 삼중의 확인과 점검 절차를 마련해 뒀다”고 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오염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차장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지난달부터 일본 측과 논의해 온 오염수 방류 관련 후속조치와 관련한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먼저 한국과 일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있는 IAEA 현장 사무소에 한국 측 전문가를 정기적으로 파견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요청한 사안이다.
박 차장은 “IAEA 측이 우리 요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IAEA 운영체계 전반을 고려한 현실성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 제안했다”며 “정부는 IAEA가 제안한 방식이 우리 전문가 (상시) 파견에 준하는 실효적 모니터링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전문가의 ‘상주’가 아니라 ‘정기 방문’ 형식이 채택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 차장은 “해당 사무소는 일본이 아니라 IAEA가 운영하는 곳”이라며 “타국과 형평성,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만 단독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이해한다. 성의 표시는 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IAEA는 아울러 ‘한국-IAEA간 정보공유 메커니즘’(IKFIM)에 따라 오염수 방류 관련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우리 정부에 공유하고, 화상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각종 정보에 대한 종합적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기로 했다.
긴급 또는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IAEA로부터 관련 정보를 가능한 빠르게 공유 받을 수 있는 연락 체계를 만들었다고 박 차장은 부연했다.
한일 양측은 일본 방류 시설에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양국 규제당국과 외교당국 간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2중 핫라인’을 구축하는 데도 합의했다고 박 차장은 밝혔다.
아울러 일본 측은 IAEA와 협력해 방류 이송설비의 방사선 농도, 측정설비에서 희석설비로 이송되는 오염수 유량, 해수펌프 유량, 희석 후 삼중수소 농도 등 시설 내 현황을 1시간 단위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이를 한국어로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염수 방출 직전 시설인 'K4 탱크'에서 측정한 69개 핵종 농도, 방류 전 상류수조에서 측정한 삼중수소 농도 등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이상 수치가 발견되면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한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박 차장은 덧붙였다.
박 차장은 일본 측이 ▲ 다핵종제거설비(ALPS) 필터(크로스 플로우 필터) 점검 주기 단축 ▲ 연 1회 ALPS 입출구 농도 측정 시 5개 핵종 추가 ▲ 핵종별 방사능량(선원항) 변경 시 방사선영향평가 재실행 ▲ 실제 핵종 배출량을 토대로 주민 피폭선량 수행 등 4가지 권고사항 중 '선원항 변경 시 방사선영향평가 재실행'과 '실제 핵종 배출량 기반의 주민 피폭선량 평가'는 우리 의견을 반영해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ALPS 필터 점검 주기 단축'과 'ALPS 입출구 농도 측정시 5개 핵종 추가'는 일본 측이 현재 설비 개선을 진행 중이어서, 개선 결과를 토대로 적절성을 논의하겠다는 유보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박 차장은 필터 점검주기 단축을 일본 측이 거부한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ALPS 성능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개선이 이뤄지고 나면 필터에 걸리는 부하가 재계산될 수 있기에 필터 주기는 그때 판단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검사 핵종 추가 요구에 대해선 “일본과 IAEA 사이에 시험 핵종을 몇 가지로 정할 것인지를 가지고 여러 차례 의견이 오간 바 있는데, 한국 요구대로 모두 채택하면 IAEA와 협의가 바뀌는 문제가 있었다”며 “추가 검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이번에는 이 정도로 매듭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이 같은 조치를 통틀어 “우리 측 필요에 부합하는 오염수 방류 감시 기제를 확보했다. 실효적이고 다층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완성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다만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결정에 “원전 사고로 생성된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 방류는 지구상 전례가 없는 일로 해양 생태계와 인류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본 어민은 물론 태평양 연안 관계국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이며 국제해양법 위반”이라며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은 오염수 장기 저장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아끼려는 변명이다. 일본 정부의 무책임과 한국 정부의 방조가 낳은 합작품”이라고 규탄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은 “일본 정부는 현실을 놓고 솔직한 토론을 벌이는 대신 거짓 해결책을 선택했다”며 “후쿠시마를 비롯한 주변 지역, 나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람들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일본 정부 규탄대회에서 “결국 일본이 최악의 환경파괴를 선언했다”며 “일본의 무도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학적 검증도, 주변국의 이해도, 일본 국민의 동의도 없이 오염수를 인류의 공공재인 바다에 내다 버리겠다는 패악을 저질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용납할 수 없는 이번 결정에 들러리를 서고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윤석열 정권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정부·여당은 시종일관 일본의 오염수 투기에 면죄부를 주는 일에만 열중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혈세까지 쏟아부으며 핵 오염수의 안전성을 홍보했고 합리적 우려의 목소리를 괴담이라며 국민의 입을 막았다”며 “오염수를 막을 마지막 기회였던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대통령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완전히 저버린 것”이라며 “어느 나라 정부·여당이고 누굴 위한 대통령인지 참으로 의문스럽다”고 했다.
덧붙여 “지금부터 민주당은 국민 안전 비상사태를 선언한다”며 “정권이 국민의 안전과 영토 수호를 포기했더라도 우리 민주당이라도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핵 오염수 투기 중단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범국민적 반대운동을 함께하고,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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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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