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과 '모르쇠'로 막 내린 이동관 청문회

금준경, 박서연, 조현호 기자 2023. 8. 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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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방송장악 질문 회피하면서 "문 정부는 방송장악"
국정원 문건엔 "본 적 없다"→"본 기억 별로 없다"
외압논란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통위원장 부적절" 비판
지녀 학폭무마 논란 '결정타' 없이 의문만 남아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조현호 기자]

지난 1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는 '결정타' 없이 막을 내렸다. 이동관 후보자는 '국정원 언론개입문건'에 끝내 모르쇠로 일관했다. 학폭 의혹은 당사자 폭로가 없는 상황에서 교사 등 증인 채택까지 불발돼 입증에 한계를 보였다. 이동관 후보자는 언론 외압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해명하고, 공영방송을 '노영방송'으로 규정하는 등 '언론관'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MB정부 공영방송 장악 '외면'하고
문재인 정부엔 “공영방송 장악 실행”

이동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는 공영방송을 장악했다고 밝히면서 정작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에 관한 견해를 묻자 질문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회피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개입, 방송장악 시도가 있었다 없었다?”라고 묻자 잠시 침묵하던 이동관 후보자는 “그렇게 단순하게 어떻게 말씀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민형배 의원이 “말씀 못 하신다는 건 있었다는 얘기네요? 알겠다”라고 하자 이동관 후보자는 “어떻게 흑백을 나눠 장악이다, 아니다 얘기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공영방송은 장악해서도 안 되고 장악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2015년 12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수석. ⓒ연합뉴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공영방송 장악은 '실행됐다'는 입장이다. 서면 답변서에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방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 워크숍 문건에 대해 묻자 이동관 후보자는 “시나리오대로 공영방송 장악이 실행되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청문회에서 장제원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2017년 민주당 워크숍에서 배포된 공영방송 경영진 퇴진과 시민사회 연계방안 등을 담은 문건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 언론장악'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국정원 문건 “봤다”면서 '개입'은 부인

이동관 후보자의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 시절 작성된 문건에 관한 질의가 이어졌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문건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된 국정원의 언론개입·사찰 문건 △검찰 수사 자료 △대통령기록관 등이 제출한 언론보도 모니터 및 조치내역 청와대 공문 △대통령 보고자료 등 영포빌딩 반출 청와대 문건 등이다.

▲ 2009년 12월24일 언론장악 관련 문건을 작성한 당시 국정원 국익전략실 소속 정보분석관 A씨는 홍보수석 요청으로 해당 자료를 작성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수사자료 갈무리.

서면 질의 때만 해도 '국정원 문건'에 관해 “지시한 적도, 보고 받은 적도 없다”고 밝힌 이동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질의가 이어지자 “한 두번 가져오길래 가져오지 말라고 그랬다”고 했다. 문건의 존재를 알았다는 의미지만, 실무자 선에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당시 홍보수석실에 배치돼 국정원과 청와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국정원 직원의 존재조차 모른다고 밝혔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김대중 정부에서 홍보수석실에 국정원 파견을 한 적이 없다”며 “저도 청와대에서 근무했지만 국정원에서 파견 받기 위해선 수석이 동의·사인을 안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그 사람의 존재를 그때는 진짜 몰랐다”고 답했다. 국정원 문건에 관해선 “그런 문서 본 기억이 별로 없다”고 했다.

언론 모니터 문건엔 “문제 없다”
“방통위원장으로서 적절치 않아” 비판

언론을 모니터해 정부비판 보도를 '문제'로 규정하고 조치를 취한 내용이 담긴 문건에 관해 이동관 후보자는 '스핀닥터'의 역할이라고 적극 항변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협조 요청하는 건 기본 직무”라고 했다. 정부에 협조적인 언론사 임원급 인사들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격려 전화'를 하게 했다는 사실도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언론외압 논란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해명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민일보 외압 논란'에 관해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기사를 빼주면 은혜를 갚겠다고 이야기했다. 대가성, 소위 딜하려고 한 거 아닌가.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합했다”고 하자 이동관 후보자는 “부적합했다는 거 인정하지만, 친구끼리 농담으로 '빼주면 은혜 잊지 않을게'라고 하는 게 어떻게 기사가 나왔는지 불가사의”라고 했다.

국민일보 기자들은 2008년 4월 강원도 춘천시를 찾아 이동관 당시 대변인이 '거짓 위임장으로 농지를 취득했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취재했지만 편집국 데스크의 반대로 즉각 보도되지 않았다. 당시 이동관 대변인이 변재운 편집국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졌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걸어온 행적, 언론관,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의 답변 태도 등을 살펴볼 때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역할을 해야 할 방통위원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후보”라고 지적했다. 문건으로 드러난 언론 대응 행태가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언론관' 드러낸 공영방송 압박성 발언

이동관 후보자는 공영방송을 '노영방송'으로 규정해 반발을 샀다. 그는 “기대만큼의 공영성 확보가 안 된 것은 뿌리 깊은 노영방송 체제가 개정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영방송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동관 후보자는 “제 소신을 얘기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동관 후보자는 변재일 민주당 의원 질의에 “공영방송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문제가 아니라 노조로부터의 독립”이라며 “그러니까 노영방송 소리 듣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김용욱 기자

이동관 후보자는 “'언론장악 기술자'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굉장히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방송 장악이 제대로 됐다면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그리고 물론 저희 정권에서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고의 좌초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싸기까지 이런 일이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관 후보자가 언급한 관련 보도들은 '괴담'이라고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결정한 MBC <PD수첩> 광우병편의 경우 명예훼손 재판에서 PD수첩 제작진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천안함 사건을 다룬 KBS <추적60분> 역시 방통심의위 중징계 결정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제재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동관 후보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유통되는 언론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공영방송 등 언론 보도에 변화를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학폭무마' 의문은 남지만 입증은 못해

언론장악 의혹 이상으로 주목 받은 쟁점은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이다. 자녀가 고등학생 시절 학교폭력을 했을 때 이동관 후보자가 하나고 이사장에게 전화를 해 외압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동관 후보자가 학교폭력 자체를 부인하자 야당 의원들은 당시 진술서에 가해 사실이 언급된 점, 결과적으로 이동관 후보자 자녀가 전학을 간 것,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교사의 증언 등을 거론하며 적극 쟁점화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자녀는 전학처분을 받았으면 중징계였지만, 전학 권고를 받았다. 전학 권고는 대입 특혜”라며 “정상적으로 학폭위가 열렸다면 자녀의 고려대 진학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김승유 당시 학교 이사장에게 전화해 개입했다”며 “부모가 학폭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후보자의 배우자가 학폭위를 열자고 한 교사를 색출해 달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의혹 확산을 저지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이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라며 “당사자 화해가 이뤄졌고 피해학생이 선생님을 찾아가서 후보자 아들의 선처를 부탁했다고 한다.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지 말라고 호소문을 냈다”고 반박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과도한 폭력은 없었다고 들었는데 민주당과 좌파 언론사의 억지 아닌가”라고 했다.

이날 청문회를 통해 결정적 사실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학교폭력 피해 당사자의 증언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요구한 당시 하나고 이사장, 당시 담임 교사, 담당 수사 검사 증인 채택도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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