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첫 스릴러 도전했지만 "난 겁쟁이…'타겟' 실화 바탕이라고 생각 못 해"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배우 신혜선이 영화 '타겟'을 준비하면서 느낀 다채로운 감정을 꾸밈없이 드러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타겟'의 주역 신혜선을 만났다.
박희곤 감독의 신작 '타겟'은 중고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신혜)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담은 스릴러다. 신혜선은 평범한 직장인에서 단 한 번의 중고거래 이후 범죄의 타겟이 된 수현을 연기했다.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신혜선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부터 범죄의 표적이 된 후 다채로운 감정변화까지 눈빛과 표정으로 섬세하게 담아낸다. 특히 집에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예상치 못한 위협에 느낀 절망감을 실감나게 표현해 내며 극의 몰입을 끌어올렸다.
이날 신혜선은 "어제 '타겟'을 처음 봤는데 제가 찍었을 때보다 더 긴장감 있더라. (김)성균 선배님이 항상 얘기했듯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잘 나왔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앞서 21일 진행된 '타겟' 기자간담회에서 신혜선은 스릴러가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원래 좋아하던 장르이기도 하고 짧게 느껴지지만 10년 됐는데 그동안 못했더라. 배우를 하면서 많은 배역과 많은 장르를 해 보고 싶은데 그게 스릴러였다. 마침 딱 제안주셨다"고 떠올렸다.
또한 박희곤 감독이 "2020년 1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JTBC '뉴스룸'에서 중고거래 '그놈'을 다룬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실제 사건을 참고해 제작했음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비슷한 사례인지 모르겠지만 중고거래 사기 방송을 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타겟' 시나리오가 실화 바탕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면서 "그래서인지 시나리오 받았을 때 별로 안 와닿았다. '이 정도가 뭐가 무섭나?' 이런 생각을 했었다. '모르는 사람들한테 문자 오고 내 신상정보가 털리는 게 그렇게까지 무섭게 느껴질까?' 텍스트로 확 와닿지 않았다. 실화 사건에서도 속으로 너무너무 공포스러울 것 같은데 나한테는 먼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감독님과 얘기하며 사례를 들으니까 '시나리오에 나오는 게 영화의 흐름을 위해 억지로 만든 장면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괴롭힘당할 법도 하겠다 싶었다"고 진솔한 심정을 내비쳤다.
"재미있게 잘 찍어보자"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는 신혜선은 "시나리오 받았을 때 부담이 있었다. 모든 역할을 할 때마다 부담된다. 심지어 작은 역할을 할 때도 부담이 있는데 ('타겟'에서는) 오랜 시간 나오는 거라 부담스러웠었다. 감정선도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계획이 안 서더라. 그런데 현장에 가면 현장에서 주는 힘이 있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과 얘기하면서 부담감이 사라졌던 것 같다"고 비중이 큰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타겟'에서 선보인 액션 연기를 언급하자 "촬영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며 "저는 사실 맞는 것밖에 없었고 액션 장면은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그놈' 역할한 배우분이 힘들어했다.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조심스러워하고 미안해하더라. 합을 맞추고 연습하고 이런 장면이 아니어서 (김)성균 선배님이 항상 얘기하듯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잘 끝났다"고 말했다.
"위협받으면서 얼마나 힘들지 고민했어요. 처음부터 벌벌 떨면 뒤에는 거의 기절해야 하잖아요. 그런 걸 신경 썼어요.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대로 한 거지만 그 간극을 시간 차 별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했어요. 또 촬영할 때는 시점이 섞이니까 감독님하고 얘기 많이 했어요."
다소 답답할 수 있는 수현의 행동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될 수 있다'고 얘기해 주셨다"며 "우리는 3자니까 이상한 거다. 그러한 상황에서 '왜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음에도 돈을 붙였냐'고 하는데 본인의 상황이 되면 다르다. '왜 그때 행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까지 갖게 되지 않냐. 수현도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어떻게 해야 한다', '도망가야 한다'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신혜선은 "(극 중 수현이) 약간의 침해를 받았으나 어쨌든 나의 생활공간이고 집을 옮길 정도의 피해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만 감내하면 이겨낼 수 있겠지 생각했을 거다. 정신도 없었을 것 같고. 영화 속 일련의 사건들이 긴 시간이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이기 때문에 이사까지 생각할 시간은 없을 것"이라고 수현의 입장을 설명했다.
'타겟'을 촬영하며 신혜선도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느꼈을까. 그는 "저도 조금 신경 쓰려고 한다"며 "가끔 해외에서 로그인됐다는 이메일이 올 때가 있다. 그때마다 비밀번호 바꾸고 하는데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내가 영향을 받아서 경각심이 생겼다' 정도는 아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저는 겁쟁이라 작은 트러블도 두려워요. 사기당하면 친구한테는 '왜 그랬냐'고 할 것 같지만 모르는 사람한테는 무서워서 조금도 안 건드릴 것 같아요. 그런데 직접적인 피해를 입으면 나처럼 쫄보가 아닌 이상 '내가 피해를 입었는데' 하고 움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현처럼 못하겠지만 이해가 갔어요. 응징은 할 수 있는 거니까."
더불어 신혜선은 "실제로 당한 건 아니지만 연기해 보니까 '얼마나 힘들 수 있겠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지만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이런 감정을 가지고 영화를 보면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절대 일어나길 바라는 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감정이입해서 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조금씩 위협이 더 크게 다가오는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신혜선은 "저도 그 부분을 공감하려고 노력했었다. 관객분들도 3인칭 시점으로 보게 되지만 1인칭 시점으로 생각하고 본다면 작은 피해부터 시작된 것들이 얼마나 불편한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관람 포인트를 알렸다.
끝으로 신혜선은 "'영화관에서 봐야된다'는 말이 나왔으면 한다"면서 "영화관이 주는 압도감이 있지 않나. 휴대폰으로 봐도 되지만 극장에서 같이 긴장감을 느끼면서 보면 재미있으니까. 스릴러에 최적화되어있는 곳이 극장이 아닌가 싶다. 극장에서 보면 좋을 영화"라고 '타겟'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현실밀착'이 우리 영화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한편, '타겟'은 오는 30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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