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법부 정상화” 의지… 재판 지연·법관 이탈 등 해결 과제 [이균용 대법원장 지명]

이종민 2023. 8. 2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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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진용 ‘보수 우위’ 가시화
김명수 시절 진보 대법관이 과반 차지
권영준·서경환 임명… ‘중도·보수 7명’
2024년 대법관 6명 교체… 보수화 가능성
金 코트 개혁으로 법관들 사기 저하
법원장 후보 추천제 인기투표 전락
李 임명 땐 인사제도부터 수정 전망

보수 성향의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2일 신임 대법원장에 지명된 데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투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 안팎에선 이번 지명이 사법부의 중심축을 진보 쪽에서 보수 쪽으로 이동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사법부 지형 대대적 변동 예고

윤 대통령이 이날 이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이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취임 이후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꾀하며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에서 벗어난 인사를 발탁해 왔다. 이후 대법원은 소수자 보호를 강조하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김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이 문재인정부와 코드를 맞춘 판결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요 사건 선고를 두고도 정치적 편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이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 대법관의 과반을 이루며 진보 성향 우위 구도를 보였다. 지난달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퇴임하기 전까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3명의 법관 가운데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법관이 7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후 권영준·서경환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 구도는 중도·보수 7명, 진보 6명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이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대법원은 보수·중도 성향의 대법관이 8명으로 늘어난다. 사회·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전원합의체 판단에 보수 색채가 짙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일선의 한 중견 법관은 “대법원장도 전원합의체에서는 ‘n분의 1’의 권한이 있을 뿐”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인사를 봤을 때 향후 대법원 구성이 보수주의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대법원 구성은 내년에도 급격히 변화할 전망이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을 시작으로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이 8월, 김상환 대법관이 12월에 퇴임한다. 향후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 후보자들 역시 중도 혹은 보수 성향의 법관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 지연, 법관 이탈 문제 급선무

새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처한 재판 지연과 법관 이탈 같은 난제를 해결해야 할 임무를 떠안게 된다. ‘사법행정권남용’ 사태를 해결하고 법원 내 갈등을 봉합할 적임자로 지목된 김 대법원장은 임기 중 법원행정처의 역할을 축소하고 법원 내 서열 문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사법 행정을 개혁하려 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소송에 대처하지 못해 재판이 지연되고 유능한 법관들이 법원을 떠나는 부작용을 낳았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가 2018년 폐지돼 법관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법원 안팎으로 개선의 목소리가 큰 만큼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인사 제도를 수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일선 판사들이 추천한 사람을 법원장 후보로 올리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서도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오히려 강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직적 인사 구조를 해소하자는 취지였지만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각 법원 수석부장판사가 대부분 법원장 후보로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부장판사는 “새 대법원장이 취임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인사 제도를 손보는 것”이라면서 “지금의 인사는 인기 투표처럼 돼 버렸다. 인사와 관련한 여러 문제가 재판 지연이나 ‘워라밸’ 추구 성향으로 이어졌고 궁극적으로는 사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다만 “고법부장 제도 폐지 등으로 법관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한다는 지적은 매우 단편적인 분석”이라면서 “법관의 관료화나 서열화를 방지하면서도 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가 사법부 내 대표적 보수 법관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이분에 대해 살펴보면 알겠지만 정치적 성향이 없다”며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많이 대변해 온 분이라 대법원장으로서 중립적이고 상식적, 공정하게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과 이 후보자의 개인적 친분이 인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가 주변 법조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이분은 (윤 대통령과의 자리에) 한 번도 안 나오셨다.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종민·안경준·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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