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대형 공원에도 등산로 CCTV 아예 없었다

【 앵커멘트 】 강간살인 사건이 발생한 신림동 등산로에는 방범용 CCTV가 거의 없었죠. 불과 5백 미터 떨어진 축구장 14개 넓이의 대형 공원에서도, CCTV가 주차장과 놀이터 등에만 몰려 있었습니다. 정작 범죄에 취약한 등산로나 체육시설에는 신림동 공원과 마찬가지로 CCTV가 아예 없었고요. 한범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금천구의 한 공원입니다.

신림동 강간살인 사건이 발생한 관악산 생태공원에서 불과 5백 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닷새 전 가까운 곳에서 끔찍한 일이 있었던 탓인지, 산책로가 평소보다 한산해졌습니다.

▶ 인터뷰 : 공원 테니스장 관계자 - "그 사건이 일어나고서부터는 등산객도 줄고, 나부터가 벌써 안 올라가지죠."

사건이 발생했던 오전 11시와 비슷한 시각, 무성한 숲 사이사이로 뻗어 있는 등산로를 직접 걸어봤습니다.

빛이 가려 으슥한 곳이 많지만, 방범 목적으로 설치된 카메라는 보이질 않습니다.

체육시설과 정자, 화장실 등 편의시설로 가봤습니다.

그곳 역시 감시카메라는 없습니다.

▶ 인터뷰 : 산책 시민 - "사건 나기 전에도 여자 혼자 다니다가 남자랑 부딪치거나(마주치거나) 하면 되게 무서웠어요."

▶ 스탠딩 : 한범수 / 기자 - "CCTV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주차장과 같이 예외적인 장소엔 이렇게 설치돼 있는데, 산책로로 가면 찾기 어렵습니다."

이 공원의 면적은 약 3만 평, 축구장 14개를 합친 것만큼 넓습니다.

그런데 공원 전체를 통틀어 CCTV는 고작 10개밖에 없습니다.

이조차 산책로와는 거리가 있는 주차장과 테니스장, 어린이 놀이터 등 3곳에 몰려 있습니다.

주변 다른 공원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자체가 제공하는 생활안전지도로 CCTV 설치 밀도를 확인해 봤는데,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2017년 지자체장이 공원에 CCTV 설치하도록 법까지 만들어졌지만, 강제력이 없는 유명무실한 규정이란 지적입니다.

게다가 설치 간격과 카메라 규격 등 구체적인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 인터뷰(☎) : 강석진 / 경상국립대 건축학과 교수 - "공원이나 산책로의 조건이 다 달라서, 그걸 유형화해서 CCTV나 기타 방범시설 설치의 최소한 기준이 있어야 할 거 같은데…."

해마다 등산로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9천여 건,

뒤늦게 서울시는 인공지능 CCTV를 확충하고, 경찰은 당분간 산악 순찰대까지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MBN 뉴스 한범수입니다. [han.beomso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