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전체 초록색 물감 푼 듯…안동호 역대급 녹조 ‘초비상’

안동/권광순 기자 2023. 8. 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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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남조류 ㎖당 10만개 ‘경계’ 수준
호수 전역서 녹조 발생, 첫 사례
21일 오후 안동댐이 축조된 곳에서 48km 떨어진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선성수상길 일대가 온통 물감을 푼 것처럼 초록색을 띤 녹조로 뒤덮여 있다. /권광순 기자

지난 21일 오후 안동댐이 축조된 곳에서 48km 떨어진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선성수상길 일대와 도산서원 시사단(試士壇) 일대. 호수 주변은 온통 물감을 푼 것처럼 진녹색으로 변한 녹조와 부유물이 뒤엉켜 오폐수처리장을 방불케 했다.

인근 예안면의 경우 댐과 도랑이 연결된 만곡부위마다 물 수면이 두꺼운 매트를 깔아놓은 것처럼 녹조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손으로 만져보자 끈적끈적 거렸고, 악취까지 풍겼다. 물속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안동호가 역대 최악의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댐 상류지역 외에도 와룡면, 석동 등 하류지역까지 호수 전체로 녹조가 확산된 상태다.

녹조는 호수나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녹조의 먹이가 되는 인·질산을 포함한 오염 물질과 높은 수온, 강한 햇볕, 체류 시간 등 네 가지가 만나 생성된다. 이 조건만 갖춰지면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관계자는 “1976년 댐 축조 이래 52k㎡ 호수 전역에서 녹조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폭우와 태풍 등으로 녹조를 유발할 수 있는 많은 영양염류가 호수로 유입된데다 지속된 폭염이 녹조가 확산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21일 오후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도산서원 앞 호수 가운데 세워진 시사단(試士壇) 주변에 진녹색으로 변한 녹조와 부유물이 뒤엉켜 있다. /권광순 기자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남조류 세포수(cells/㎖)도 크게 늘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14일 기준 댐 상류인 ‘예안교’ 부근에서 채취한 유해남조류는 ㎖당 9만4095개로 측정됐다. 지난달 말 기준 5만5008개에서 3만개 정도 더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 3만3376개에 비하면 3배쯤 늘어난 수치다.

또 올해 이례적으로 발생한 본댐 앞에서 측정한 유해남조류는 ㎖당 조류경보 ‘경계’ 단위인 1만개를 넘은 1만4190개로 측정됐다. 수자원공사 측은 “최근 검출한 추가 검사 기준치를 감안하면 호수 상류 지역 유해 남조류 수는 ㎖당 15만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녹조가 지속되면 수중 산소량(DO)이 급격히 떨어져 어류 폐사 등 수서생태계 파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안동호 어민 권오병(45)씨는 “수면 전체적으로 녹조가 짙게 깔려 물고기가 거의 안 잡힌다. 수십 마리씩 호숫가에 떠밀려 온 죽은 물고기를 자주 봤다”고 말했다.

김영훈 안동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부영양화 현상이 지속돼 녹조가 심해지면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광합성 세균이 크게 늘어난다”며 “이 세균은 간질환을 유발하는 독소 물질로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성해 낙동강 전체 수질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조가 호수 전역으로 확산되자 수자원공사는 수질 관리에 초비상 상태다. 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는 23일 녹조제거선박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또 녹조가 심한 지역에 녹조수차와 나노버블 등 녹조 파괴장치와 자율주행 녹조로봇(에코봇), 수상드론까지 동원해 녹조를 제거하기로 했다.

안동권지사 관계자는 “녹조가 소멸 때까지 대형 녹조제거선을 가동하는 등 특단의 대책으로 조류 확산 방지와 제거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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