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사법부 정상화` 시동… 대법원 보수우위 구도 형성
구은수 유죄 선고 등 소신파 평가
방문규 지명은 친원전 복원 속도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단행한 대법원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부분개각은 '기울어진 사법부 바로잡기'와 '탈원전 정책 폐기 가속화' 등을 염두에 둔 인선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택한 첫번째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사법부 내 대표적인 보수성향 법관이다.
이균용 후보자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부산 중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윤 대통령의 대학 1년 후배다.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0년 서울민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대전고법원장 등을 거쳤다. 법원 내 엘리트 연구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7월에는 김재형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되기도 했으나 불발됐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2차례 연수를 하는 등 '일본통'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특히 소신파로 통한다. 지난해 2월 김 대법원장의 '거짓해명 논란'이 일었을 당시 대전고등법원장 취임사에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는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집회에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기록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들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이 '편향적'이라고 불만을 표해온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따라 사법부를 보수우위로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등이 줄줄이 퇴임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후보자의 보수성향 평가에 대해 "그렇게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판결 등에서) 장애인이라든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많이 대변했다. 진영보다는 중립적으로, 상식적으로 공정하게 대법원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사적 친분이 두텁다는 지적에는 "자주 소통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모시면서 주변 법조인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이 후보자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안 나왔다"면서 "법조인으로서 (윤 대통령과) 한 두번 만났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장은 후보자 지명 후 국회 인사청문회,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 대법원장 임기는 다음 달 24일 만료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방문규 현 국무조정실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통 경제 관료다.
수원 수성고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해 28회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국세청을 거쳐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대통령실, 농립수산식품부, 국제기구인 세계은행 등 여러 부처와 기구에서 경험을 쌓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냈다.
방 후보자는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세계 경제가 급변하면서 우리 경제에 무역과 투자환경, 에너지·자원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때 전략적인 산업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 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산업부 장관에 방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기재부와 산업부 등 경제관련 대표 부처의 사령탑이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대통령실은 '경제에 방점을 찍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 출신 중용에) 부담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번에 미국 워싱턴DC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다녀온 뒤 어느 정도 안보, 대외 관계 등은 완성됐으니 '이제부터는 경제'라고 국정 중심을 경제에 뒀다. 그래서 기재부에서 경제정책을 오래 했던 관료를 발탁했다. 지금은 개별적인 한 부처의 업무보다 부처 전체를 연결하는 역할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으나 그런 경험이 많고 조정 능력이 많은 후보자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방 후보자의 가장 큰 임무는 친원전 생태계 복원 등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조실장은 매주 1회 국무총리 주례회동 때 대통령을 뵙는다. 그때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이라든지 철학, 또 관심 사항 등을 많이안다"며 "주례회동에서 산업정책 관련 이야기도 많이 해 왔기 국정과제 중 에너지, 통상, 산업 분야 업무를 아주 잘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통일부 장관 교체에 이어 산업부 장관까지 바꾸면서 후속 개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이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장 추가로 8월 중에 연달아서 개각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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