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4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韓전문가 정기 방문해 안전 확인(종합)
정부, 공식 입장서 “방류 지지·찬성은 아냐”
“日, 어제 오후 ‘22일 각료회의 결정·24일 방류’ 전해와”
일본 정부가 오는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방류 계획이 과학적·기술적으로 문제는 없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방류를 지지하거나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가장 가까운 국가인 한국 내 반발을 감안해 한국 전문가가 후쿠시마 현장에 정기 파견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요청한 사안이다. 일본 측은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 전 삼중수소 농도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한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로도 정보를 제공한다.
◇日 정부 어민 피해 지원할 800억엔 기금 마련…中 추가 수입 규제 움직임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오염수 방류를 위한 관계 각료 회의를 주재하면서 “구체적인 방류 시기는 기상과 바다 조건에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국제적으로 이해를 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응에 폭넓은 지역·국가로부터 이해와 지지 표명이 이뤄졌다”며 “국제사회의 정확한 이해가 확실히 확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어민 단체들은 수산물 판매에 타격을 줄 수 있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어민들을 고려해 뜬소문(風評) 피해 대책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어민이 안심하고 어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업계속기금을 설치하고, 뜬소문 영향이 나타난 경우 수요대책기금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800억엔(약 73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또 피해가 발생한 경우 도쿄전력이 적절히 배상할 방침이다.
기시다 총리는 외국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발해 수산물 수입을 막을 가능성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조기 철폐를 요구하면서 수산물 등의 국내 소비 확대하고 국내 생산을 유지하겠다”면서 “새로운 수출국의 요구에 맞는 가공체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중국과 홍콩, 마카오 등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염수, 대량의 바닷물과 섞어 삼중수소 농도 안전기준 40분의1 미만으로 낮춰 방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총리가 해양 방류 방식으로 오염수를 처분하겠다고 결정한지 2년 4개월 만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는 12년 만이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을 정화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바다로 내보내게 된다. ALPS 설비는 오염수를 다양한 필터에 통과시켜 세슘 등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지만 삼중수소로는 제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재는 오염수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사고가 난지 12년이 지나면서 부지가 부족해졌고,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도쿄전력은 배출 기준에 맞춰 오염수를 대량의 바닷물과 섞어 삼중수소 농도를 일본 안전기준 40분의1 미만 수준으로 희석한다. 이 물을 해저 터널로 원전에서 1㎞ 정도 떨어진 앞바다로 방류한다. IAEA는 지난 7월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ALPS로 처리한 오염수에 100배에 달하는 해수를 섞어 희석 후 방출하면 삼중수소 농도가 1ℓ 당 1500Bq(베크렐)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삼중수소 음용 기준은 1ℓ 당 1만Bq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출 후에도 주변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후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되어 있는 오염수는 현재 약 134만t이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약 6개월간 바다에 방류할 오염수는 약 3만1200t으로 예상했다. 전체의 약 3% 수준이다. 방류를 시작하는 시각은 오염수 모니터링을 위한 선박이 출항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 24일 아침에 결정된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오염수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긴급 차단 밸브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또 진도 5약 이상의 지진과 지진해일, 높은 파도에 따른 주의보가 발령되면 해양 방류를 중단한다. 진도 5약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포를 느끼고, 선반에 있는 식기나 책이 떨어지는 정도의 흔들림이다.
◇정부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면 즉각 중단 요청”
우리 정부는 이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 측의 방류 계획상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만일에 대비해 한국 전문가가 후쿠시마 현장에 정기적으로 파견되고, 일본 측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오염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한국과 일본, IAEA는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 있는 IAEA 현장 사무소에 한국 측 전문가를 정기적으로 파견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IAEA는 아울러 오염수 방류 관련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우리 정부에 공유하고, 화상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각종 정보에 대한 종합적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기로 했다.
IAEA도 이날 한국과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IAEA는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한국 정부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정보 공유를 하기 위한 양측간 정보 메커니즘(IKFIM)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처리수(IAEA가 오염수를 표기하는 단어) 방류에 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한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에는 ‘비정상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에 통보하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IAEA는 한국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원전 내 IAEA 현장사무소를 방문하는 것도 지원한다.
박 차장은 한일 양측은 일본 방류 시설에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양국 규제당국과 외교당국 간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2중 핫라인’을 구축하는 데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일본 측은 IAEA와 협력해 방류 이송설비의 방사선 농도, 측정설비에서 희석설비로 이송되는 오염수 유량, 해수펌프 유량, 희석 후 삼중수소 농도 등 시설 내 현황을 1시간 단위로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이 정보는 한국어로도 제공한다. 오염수 방류 직전 시설인 ‘K4 탱크’에서 측정한 69개 핵종 농도, 방류 전 상류수조에서 측정한 삼중수소 농도 등도 주기적으로 공개한다.
일본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방류 시점을 결정하기 전 우리 측에 관련 내용을 정식으로 예고했다. 박 차장은 “일본 측이 우리에게 ‘절대 사후에 알도록 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어제 오후 업무시간 내에 ‘오늘(22일) 각료회의에서 결정을 할 것’이고 대충 24일이라는 날짜도 언급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차장은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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