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전경련의 ‘신장개업’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2일 임시총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파문 당시 전경련을 탈퇴했던 4대 그룹 일부 계열사도 일단 형식상으로 합류했다. 회원사로 잔류했던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흡수통합되면서 회원 자격이 자동 복원된 것이다.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며 혁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전경련의 과거를 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1961년 국가 주도 산업화 초기에 설립된 전경련은 ‘재계의 맏형’이자 정경유착의 창구였다. 전두환·노태우 정부의 비자금 등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특혜와 부정부패 의혹이 일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회원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주요 그룹 총수들이 회장단 모임에 발길을 끊으면서 점차 영향력을 잃었는데, 몰락의 결정타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였다. 정부 요구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기금을 모금한 사실이 드러나자 폐지론이 들끓었다. 삼성·SK·현대차·LG그룹이 탈퇴하며 등을 돌렸다.
전경련 ‘신장개업’의 성패는 정경유착의 재발을 어떻게 막느냐에 달렸다. 윤리헌장을 채택하고,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는 정도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는 김병준씨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맡더니, 고문이라는 ‘옥상옥’까지 새로 만들어 눌러앉으면서 ‘관치경제’ 우려가 되레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전경련이 약속처럼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바뀔지 일단 지켜본 뒤 회비 납부나 회장단 참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삼성증권은 준법감시위원회와 이사회 반대에 따라 전경련에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전경련이 모델로 삼은 일본의 게이단렌은 지난 1월 고물가 대응을 위해 노동자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 경제 전반을 아울러서 보는 게이단렌의 태도는 기업 편향과 ‘반노동’을 고집하는 전경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원래 고쳐 쓰는 것은 새로 만드는 것보다 몇배쯤 어렵다. 내달 한경협으로 공식 출범하는 전경련이 환골탈태에 성공할지 시민들은 주시하고 있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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