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육 대신해온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이제 물러날 수 있게 국가가 나서달라"

전아름 기자 2023. 8. 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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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구조개혁 방안 논의 국회토론회' 개최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이 시대적 사명을 다했으니 잘 물러날 수 있도록 국가가 합리적인 퇴로를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관련 토론회에 모인 관계자들의 모습. 소장섭 기자 ⓒ베이비뉴스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이 시대적 사명을 다했으니 잘 물러날 수 있도록 국가가 합리적인 퇴로를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보통합과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국회토론회가 22일 오후 1시 30분에 열렸다.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국회의원인 정우택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국회부의장,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 강기윤 보건복지위간사(국민의힘), 고영인 보건복지위 간사, 강훈식 예결위 간사, 이장섭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장, 성일종, 백종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공동 주최했으며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회복지법인분과위원회가 주관했다. 

◇ "과거 정부대신 공보육 역할 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적합한 퇴로'가 합당한 예우"

이날 발제를 맡은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장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저소득층 등 보육 소외계층에 대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해온 기관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이 70% 이상이 대도시에 소재한 것에 반해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74%는 보육취약지인 농어촌(51%)과 중소도시에 소재한다. 지역사회 규모나 가계소득과 무관하게 보육이 필요한 모든 영유아에게 균등한 돌봄의 기회를 제공하고 보호자의 노동력 창출에도 기여하며 우리나라 공보육의 한축을 담당했으나 재정 운용의 압박, 법적 경직성, 저출산과 인구 이농 현상으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효정 회장의 발표에 의하면 2000년 2010개소에 달하던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이 12년간 756개가 감소해 2022년에는 1254개로 집계됐다. 

정효정 회장은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본질적으로 정체성이 애매하다"라며 "법인설립 및 해산 절차는 사회복지사업법에 준하고, 어린이집 지원을 비롯한 전반적인 운영은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사회복지사업법상 대우나 지원은 없고 규제의 구속력만 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간어린이집이 폐원할 경우 설치한 개인에게 잔여재산이 귀속되는 것과 달리 사회복지법인은 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이 국가 및 지자체에 귀속되도록 법이 정해져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잔여재산 귀속 문제는 특히 헌법상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과 평등권 침해 여부로 그 다툼의 여지도 크다는 게 정효정 회장의 말이다.

정효정 회장은 "입소 원아가 한 명도 없는데 어린이집 문을 못 닫고 원장 혼자 빈 어린이집을 지키는 암울한 현실 간과해선 안 된다"라며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할 때 자신의 재산을 출연해 양육의 국가 책무를 대신 수행해온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에 대해 이젠 정부가 적극적으로 퇴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회복지사업법 제27조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개인이 설립했으나 법인 소유이며, 사회복지사업법으로 어린이집 이외의 다른 목적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 즉 특수목적의 단독법인도 민간어린이집으로 전환할 수 없으며, 사업중단으로 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은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된다. 그러나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과 동일한 지원을 받는 민간기관영아전담어린이집과 공공형어린이집은 개인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형국이다. 정부지원금도 민간어린이집과 그 기준이 다르다. 

정효정 회장은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구조개혁 방안으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당초 설립 목적대로 취약지역 공보육 수행을 위해 인건비 보전 및 필수 운영비 지원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안이 필요하다"라며 "우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선결과제"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정관변경, 신축예산 지원, 기능보강 사업비 감가상각 승계 등이다.

또, 목적사업 수행을 지속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폐원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퇴로 방안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말이다. 구체적으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설립 당시 지원받은 신축비 일부와 기능보강사업비 보조금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 정부에 반환한 후 잔여재산 처리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 

정효정 회장은 "법 때문에 절대 안 된다가 아니라, 법으로 문제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의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사회복지법인분과 임진숙 위원장이 유보통합과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구조개혁 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장섭 기자 ⓒ베이비뉴스

◇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해산 시 잔여재산 국고 귀속은 평등권, 재산권 침해"

이어진 토론에서 이덕난 대한교육법학회장·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유보통합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된 것이 시의적절하다"라며 "이번 기회로 학령인구 감소 및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유보통합이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나아가 영유아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강화하는 입법적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덕난 연구관은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보조금 비율은 낮은데 공공성 요구는 높은 편이고, 국가가 법인에 공보육서비스 제공을 위해 민간위탁한 성격"이라고 규정하며 "보육사각지대 해소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지만 국공립어린이집에 비해 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열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의 급격한 감소, 휴폐원한 어린이집이 지역사회에 주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라며 "인건비 등 지원 여부 기준을 영유아 수로만 정할 경우 농어촌지역 등 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분석, "단일보육 목적 사업인 법인에 대해 별도의 특례법 제정을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속성에 적합한 합리적인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영희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명예교수는 "1991년 정부는 개인이 기본재산(토지)를 출연해 농어촌 등 취약지역에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운영을 권장하면서 운영비와 인건비 90% 지원을 약속했으나 1995년 운영비 지원을 없애고, 유아반 인건비 지원율을 45%로 낮췄으며 2005년부터는 어린이집별 지원에서 아동별 지원으로 전환하며 다시 인건비 지원율을 영아반 80%, 유아반 30%로 삭감했다. 이런 인건비 지원마저도 보건복지부 지침에 의해 연령별로 일정 수 이상을 채우지 못할 경우 지원이 안 된다"고 현황을 전했다. 

이어 김영희 교수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에 사회적 변화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일률적 잣대를 적용하는 게 타당한가'라고 물으며 ▲심각한 저출생과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인구의 증가로 사회복지어린이집 해산 시 잔여재산 국가 귀속은 사회변화에 따른 국가정책의 결여 ▲유보통합 앞두고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입지가 불분명, 사회복지법이사업법과 영유아보육법 이중구조체계에 놓인 상황을 신속히 해결 ▲사회인구학적 변화에 따른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존립 문제는 보육정책 형평성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김준범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해산 시 잔여재산귀속관련 법률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준범 변호사는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해산 시 잔여 재산을 재산출연자 등을 배제하고 국가 또는 지자체에 귀속하는 것은 무리이자 헌법상 재산권과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준범 변호사는 유사 법령으로 사립학교법을 언급하며 '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수 격감으로 정상운영이 어려운 농어촌지역의 사립학교는 시도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해산할 수 있고, 해산한 학교법인의 잔여 재산은 그 전부 또는 일부를 해산 당시의 학교법인이 정하는 자에게 귀속하거나 공익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개정된 바 있다고 전했다. 

김태동 김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제 20대, 21대 국회에서 법인어린이집 해산과 관련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주목할만 하나 제4항 1호에서 '해산인가 신청 당시 법인이 보유한 기본재산 감정평가액의 100의 30이내 장려금 지급은 다소 문제"라고 지적하며 "법인어린이집 74%가 농산어촌에 소재하고 지역 특성상 토지, 건물 감정평가액 증가속도는 대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적다. 즉 법인어린이집의 기본재산의 감정평가액 변동성은 현재를 기준으로 봤을 때 20년 전과 비교하면 적을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보육정책연구팀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은 10년전부터 퇴로 마련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으나 '영유아보육사업이라는 단일 사업을 목적으로 한정하는 법인'이란 한계로 해법 찾기가 어려웠다. 2012년 무상보육과 누리과정 등 정부지원 확대에 따른 보육수요 증가로 당시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요구에 관심 갖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미선 연구위원은 "보육현장의 상황 악화를 고려했을 때 30년 전 사회복지법인에 부여한 역할과 임무는 이제 거둬야 한다"라며 "농어촌 보육 사각지대 발생이 우려될 수 있지만 지역 특성상 국공립어린이집을 거점으로 분소를 설치, 운영하는 게 재정적으로나 접근성 측면에서나 더욱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임부영 법무법인 길도 변호사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퇴로 마련을 위해 '영유아보육법 개정법률안' 3가지를 제안하며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영유아가 크게 감소하는 등 그 목적사업 수행이 곤란하게 됐을 경우 시도지사의 인가를 받아 다른 사회복지사업으로 목적사업을 변경하거나 추가 ▲법인 해산 시 해산인가 신청 당시 버인이 보유한 기본재산 중 목적사업에 직접 사용된 재산을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매입 ▲도서, 벽지, 농어촌지역 등의 어린이집에 운영 경비 및 보육사업에 드는 비용 등을 추가로 보조한다는 내용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서청주어린이집 원장은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이 당초 설립 목적대로 취약지역의 보육사업을 지속해 수행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 영유아 수 감소로 인한 휴폐원 시 새로운 복지사업 발굴 및 현실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방안 마련 합리적인 퇴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미경 원장은 "지금 대부분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물러설 곳도 없고, 존립의 이유도 사라졌다"라며 "그동안 우리나라 취약지역 공보육에 역할을 다해 온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에의 헌신에 걸맞은 합리적 퇴로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유보통합과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의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국회토론회에는 1000여 명의 청중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소장섭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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