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날 세운 김성태 "대북송금 결정할 때마다 통화"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 증인으로 나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자기를 지지하고,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 사람을 '노상강도'라고 표현했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자신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지원비, 당시 도지사 방북비 등을 북한에 대납한 사실을 이 대표도 알고 있었으며, 이 외에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 대표에게 1억5000여만원을 쪼개기 후원하고 측근들을 쌍방울 그룹 사외이사 등으로 선임했다고 주장했다.
22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43차 오후 공판에서는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측 재주신문(再主訊問)이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김 전 회장이 검찰 조사 및 이전 증인신문에 나와 증언한 내용들을 토대로 김 전 회장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도지사 방북비(300만 달러) 등 명목으로 북한에 800만 달러를 대신 보냈고,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이 "증인은 스마트팜 비용을 내기로 하거나, 도지사 방북비를 내기로 확정하는 등 중요한 상황에서 피고인 이화영을 통해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 통화한 게 맞냐"고 질문하자 김 전 회장은 "맞습니다"고 답했다.
이어 "이 지사가 통화에서 이 전 부지사와 같이 있는 이유를 묻지 않고 오히려 고맙다고 하고 서울에서 만나기로 한 점, 이 전 부지사가 증인에게 이재명 지사에게 모든 것을 보고해서 방북비 대납 등을 알고 있다고 설명한 점 등을 보면 이재명 지사도 쌍방울의 방북비 대납에 대해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또 "2019년 5월 이 전 부지사로부터 요청받아 북한과 도지사 방북 논의를 시작하자 경기도에서 곧바로 도지사 직인이 찍힌 공문을 북한에 보내 방북 초청을 해달란 것을 종합하면 도지사도 이를 알았을 것으로 보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 긍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지사 선거 때 후원금을 내고 민주당 대통령 경선 때도 금전적 지원을 해준 사람에게 '노상강도' 표현하는데 내가 민주당 사람한테 뭘 잘못했냐"며 "자기를 지지했던 사람을 뜻이 좀 안 맞는다고 이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여러 사람의 명의를 빌려 이 대표에게 1억5000만원 정도를 쪼개기 후원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이 전 부지사가 경선 첫날 후원금이 많이 모이면 모양새가 좋지 않겠냐고 부탁을 해왔다"며 "한 사람당 1000만원씩만 후원이 되니까 직원들이랑 여러 명 모아 1억5000만원 정도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쪼개기 후원이 처벌 대상인 것을 알았느냐'고 묻자 "당시에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모르다가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고 알았는데 이번에 상처를 많이 받아 얘기한다. 후원 내역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이 대표도 다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도지사를 지원하기 위해 이태형 변호사와 나승철 변호사, 곽모 경기도 전 홍보기획관 등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 등으로 선임했으며, 2020년 3월 이 대표 모친상 당시 부조금으로 100만원을 냈다고도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이 전 부지사도 이 대표 잘되게 하려고 노력한 거로 알고 있는데 안타깝다"며 "빠른 시일 내 사실대로 얘기하고 본인 길을 가길 빌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오전 이 전 부지사의 실질적 변론을 맡았던 법무법인 해광이 사임하고 다른 변호사들도 출석하지 않자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오후 재판을 진행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9일 진행된다. 이날 재판에서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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