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7개 한국 요구 중 5개 수용?…안전성 평가와는 별개인데
단기적인 방사능 영향에 집중
일부 과학계 “안전성 보장 아냐”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전달한 7가지 요구 가운데 5가지가 ‘완전 수용’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의견이 상당 부분 일본에 의해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사실상 이를 전제조건화 해서 일본의 방류를 눈감아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학계에선 다른 시각이 나온다. 한국 정부의 요구사항 대부분이 애초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긍정적인 수용 의사를 보였다고 해서 오염수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한국 측 요구 7개 가운데 5개가 완전 수용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의해 완전히 받아들여졌다고 보는 요구는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현장사무소 참여 ▲이상상황 발생 시 즉각 방류 중단 뒤 한국 통보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 제공 ▲선원항(방사선 물질의 종류와 양) 변경 시 방사선 영향평가 재실행 ▲실제 핵종 배출량을 토대로 주민 피폭선량 평가다.
반면 나머지 2가지 중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필터 점검 주기 단축은 ‘부분 수용’이라고 평했다. 또 ▲연 1회 알프스 입출구 농도 측정 시 5개 핵종 추가는 ‘협의 중’이라고 했다.
알프스 필터의 경우 일본은 “알프스 설비 개선이 이미 진행 중이라 필터 점검 주기의 적절성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핵종 추가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기술적인 협의를 해나가자”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일부 과학계의 시각은 다르다. 일본이 한국 정부의 5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방류 오염수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현장사무소 참여와 관련해선 근무 형태가 ‘정기적인 방문’에 그쳐 ‘상주’보다는 오염수 감시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주근무하며 매일 흘러나오는 오염수를 확인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무소에 대한 정기 방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제안해 한국이 받아들였다.
특히 방사선 물질 종류와 양을 바꾸는 선원항 변경 시 방사선 영향평가 재실행과 실제 핵종 배출량을 토대로 주민 피폭선량을 평가한다는 항목은 오염수 관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요구라는 의견도 있다.
한병석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방사선 영향평가나 피폭선량 평가는 방사능에 노출된 현시점에 주로 의미가 있는 지표들”이라며 “방사능은 여러 세대에 걸친 장기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 간과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카드뮴이나 수은과 같은 중금속으로 인한 질병들도 발병 당시에는 위험성이 높게 평가되지 못했다”며 “지나치게 단기적인 영향 평가에만 집중된 지표”라고 비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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