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군가 작곡한 정율성 공원 조성에 박민식-강기정 설전(종합2보)
강기정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수많은 중국 관광객 찾아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손상원 기자 =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두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반박과 재반박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광주 출신의 항일운동가인 정율성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으며, 6·25 전쟁 당시 중국 인민군을 위해 전선 위문 활동을 펼친 후 중국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총 48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22일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박 장관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정율성이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라며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해방 후 북한으로 귀국해 조선인민군 구락부장을 지냈으며, 인민군 협주단을 창단해 단장이 됐다"며 "그가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한국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며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 공산당을 위한 작품을 쓰며 중국인으로 생애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948년 2월 정율성이 북한의 인민 경제계획을 성실히 수행했다는 이유로 김일성에게서 받은 상장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박 장관은 "김일성도 항일운동을 했으니 기념공원을 짓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라며 "광주시 차원의 시 재정이 쓰인다고는 하지만 시 재정은 국민의 혈세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광주시의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전면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1914년 혹은 1918년생으로 알려진 정율성은 광주 출신으로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을 공부한 후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광복 후 북한으로 귀국했지만 6·25 전쟁 중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중국 인민군의 일원으로 돌아와 전선 위문 활동을 펼쳤다. 정전 이후 북한에 정착했다가 1956년 김일성이 연안파를 숙청하자 중국으로 귀화했고 1976년 사망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SNS에 '광주는 정율성 역사공원에 투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박 장관에 반박했다.
강 시장은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며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 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일 독립운동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가 겸 음악가로 활동하다가 중국인으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은 시대의 아픔"이라고 평가했다.
강 시장은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주석이 한중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라며 "나와 다른 모두에 등을 돌리는 적대의 정치는 이제 그만하시고 다른 것,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반기는 '우정의 정치'를 시작하시죠"라고 반박했다.
이에 박 장관은 다시 SNS에 글을 올리고 "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라고요? 돈이 되는 일이면, 국가정체성이고 뭐고 필요 없단 말입니까"라고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시대적 아픔을 알기에 더 분노하는 것"이라며 "그가 만든 군가를 부르며 몰려왔던 적에게 죽임을 당한 수많은 이들의 피가 아직 식지 않은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그렇게 기념하고 싶으면 민간 모금을 하든, 민간투자를 받든 혈세는 손대지 말기 바란다"며 "그런 반국가적인 인물 기념하라고 지방정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걸 '적대의 정치'가 아니라 '상식의 정치'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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