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 스피치`로 증시 흔든 파월… 올해는?
25일 미팅서 매파 발언 주목
작년 연설서 인플레 45번 언급
당시 세계 증시 급등락 충격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국립공원 남쪽에 위치한 작은 휴양도시 잭슨홀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주요 사안과 정책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2023 잭슨홀 미팅'이 이번주 열리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복잡해진 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인 데다 제롬 파월(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파월이 작년과 같은 강경한 발언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지 시장 참여자들은 촉각을 더욱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는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여건이 달라져 파월 의장이 작년과 같은 강경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적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증시가 조정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조금이라도 긴축적인 발언을 내놓을 경우 시장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오는 25일 밤(한국시간)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경제 전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잭슨홀 미팅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로 매년 여름 3일간 열리는데, 올해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린다. 올해 잭슨홀 미팅의 주제는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Structural Shifts in the Global Economy)'다.
올해 잭슨홀 미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강성 매파로 돌변했던 파월의 '9분'도 안되는 짧은 연설의 충격이 복기되고 있기 때문. 당시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에 책임을 져야한다"며 "우리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정책대응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또 "1970년대 물가 잡기에 방심했다가 1980년대 초고금리 정책으로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8분 50초간의 짧은 연설 동안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45차례나 언급했다. 마지막에는 "1980년과 폴 볼커의 초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볼커는 1979부터 8월부터 1987년 8월까지 8년간 연준 의장으로 재임하면서 고금리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악명 높은 사람이다.
파월 연설의 후폭풍으로 S&P 500 지수는 하루 새 3.37% 급락했고 이후 10월까지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했다. 연준은 작년 잭슨홀 미팅 이후 총 7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발언 당시 2.50%에서 현재 5.50%로 올랐다.
시장에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파월은 벤 버냉키 전 의장의 포워드 가이던스 정책을 버리고, 발표된 물가·고용 등 경제지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바꾸는 '데이타 디펜던트(data dependent)'를 선택했다"며 "얼핏 좋은 정책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물가는 후행지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 올해 회의에선 파월 의장이 강경한 매파 발언을 이어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나타냈고 시장금리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증시 상황도 작년과는 달리 조정기에 들었다.
지난해 미 증시는 금리인하에 대한 때이른 기대감으로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반등세로 돌아선 상태였다. 작년 6월 360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잭슨홀 미팅 직전인 8월 중순 4300대까지 급등했다. 현재 S&P 500 지수는 3주 연속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선진국 투자전략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작년에 이례적으로 강한 매파적 발언으로 이후 증시가 조정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잭슨홀 미팅에 대한 경계감이 남아있다"면서도 "다만 작년에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이 비둘기파적인 발언으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통제하지 못한 부분을 만회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립금리가 상승하면서 연준의 기준금리도 앞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잭슨홀 미팅에서 중립금리가 언급된다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뱅가드 투자전략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실질중립금리가 기존 0.5%에서 현재 1.5%로 상승했다고 판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기채 상승에도 통화정책 방향과 밀접한 단기물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동시에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4.9%에 불과에 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잭슨홀 미팅 주제처럼 구조적 변화로 인한 중립금리 상승을 명목으로 현재의 고금리 환경 장기화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관건은 시장에서 인식하는 '장기화'의 기간"이라고 덧붙였다.
22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84.5%이고, 인상할 가능성이 15.5%로 집계됐다. 당장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상단이 5.50%로 올해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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