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류마티스가 왜 심장에?

2023. 8.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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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심장은 우심방에 저장돼 있던 혈액을 우심실에서 받아 폐동맥으로 보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한 다음 좌심방에 저장했다가 좌심실을 통해 대동맥으로 보내게 된다. 즉 항상 일정한 방향으로 충분한 양의 혈액이 흘러가야만 한다.

따라서 심장에는 혈액의 역류를 막기 위한 밸브(판막)가 좌우 2개씩 모두 4개가 있다. 이 중 우심실은 낮은 압력으로 폐동맥에만 혈액을 보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120/80㎜Hg의 높은 압력으로 많은 혈액을 전신에 공급해야 하는 좌심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즉,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승모판막'(僧帽瓣膜)과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의 '대동맥판막'이 역류를 일으키는 경우나(폐쇄 부전) 좁아지게 되면(협착) 정상적인 혈액 공급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판막이 좁아지면 충분한 양의 혈액이 통과하지 못하며, 판막이 닫혔을 때 혈류가 새게 되면 반대 방향으로 혈액이 흐르면서 효율이 떨어진다. 두 경우 모두 심장에서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므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

심장에서 동맥으로 혈액이 원만하게 이동하지 못하므로 혈액이 심장에 정체가 된다. 그러면 폐에서 심장으로 오는 폐정맥에서 제대로 혈액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 폐 역시 기능이 떨어지면서 차게 된다.

특히 대동맥판막 질환을 장기간 방치하면 좌심실에 혈액이 정체되면서 좌심실의 손상과 함께 승모판막 역시 손상될 수 있다. 협착증과 폐쇄부전증은 따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같은 판막에서 동시에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판막 질환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류머티즘 질환에 의한 것과 노화에 따른 퇴행성으로 나뉜다.

'류마티스'하면 당연히 관절염이라는 단어가 뒤에 붙을 정도로 관절염이 대표 질환이다. 원래 '류마'는 그리스의 흐른다(rheo)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기원전 4세기 히포크라테스가 체액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다는 체액설을 주장하면서 '류마'(rheuma)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현재의 관점에서 볼 때 혈액을 통해 운반되는 물질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체액설을 해석할 수도 있다.

대개는 5~15세 사이에 목감기의 가장 흔한 원인인 연쇄상구균의 감염으로 시작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단순한 감염으로 끝나지만 소수의 환자(약 인구 1만명 당 1명 정도)들은 이 때부터 약 3주 정도는 특별한 증상이 없이 지나가면서 면역체계의 손상을 입게 된다. 이를 류마티스성 열이라고 하는데 주로 심장, 관절, 중추신경계, 피하 조직이 손상된다.

가장 흔한 후유증은 관절염이지만 만성기로 들어서면 심장 판막을 변형시키게 된다. 류마티스성 열에 걸린 다음 수십년 동안 심장 판막이 서서히 손상되므로 고령층이 되면 판막이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정도로 심하게 변형되는데 폐쇄 부전보다는 협착이 더 많이 발생한다.

류마티스 질환은 균에 의한 감염이 문제가 아니라 균으로 인한 면역 체계의 손상으로 인한 자가면역질환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는 사람이 감염되면 쉽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연쇄상구균은 전염되지만 류머티스 질환은 전염병이 아니다. 그리고 페니실린이 보급되면서 연쇄상구균 감염 자체가 크게 줄어들면서 그 후유증인 류마티스성 열도 급격히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적으로 매년 30만 명 정도의 어린이가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경제가 매우 열악한 지역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과거 가난하던 시절에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연쇄상구균 감염이 매우 흔했다. 그 결과 류머티즘 질환을 앓는 환자도 많았고 그 후유증인 판막질환 역시 적지 않았다. 다행히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경제가 발전하고 위생 상태가 개선되면서 연쇄상구균 감염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류머티즘도 감소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전에 유소년기를 보낸 연령층이 적지 않은 만큼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아직은 류머티즘으로 인한 환자가 적지 않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퇴행성 판막 질환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은 류머티즘 판막 질환이 더 많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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