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칼럼] 전관예우 척결, 내로남불부터 없애라
'전관예우 척결'을 외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장의 전관 업체에 대한 계약 해지를 지시했다. 전관이 포진한 신규 낙찰 업체와의 계약도 금지했다. 도로·철도·항공 분야도 혁파 대상에 포함했다. '전관과의 전쟁' 대상을 국토부 전 소관 분야로 넓힌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펼치는 '이권 카르텔 전쟁'의 최일선 사령관으로 꼽힐 만하다.
비슷한 상황은 2011년에도 있었다. 그해 2월 상호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이 터졌다. 당시 저축은행 부실은 회색 코뿔소였다. 경고음에도 전관과 유착한 금융감독원 인사들은 제대로 된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부산저축은행 등 30여 곳이 문을 닫았다. 피해자는 8만 명이 넘고 피해액은 2조8000억원에 달했다.
악화된 여론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그해 5월 직접 금감원을 방문했다. 그는 "공직 경험을 가지고 은퇴 후 나쁜 관습에 합세하는 것은 남아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까지 국민에게 나쁜 인상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6월에는 MB 주재로 공정사회 추진회의까지 열어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내놓았다. 민간인과 전현직 공직자 등 170여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와 토론은 방송 중계까지 됐다. 감시망도 촘촘해졌다. 공직자의 재취업 기준이 높아졌다. 취업 후 유착행위를 막기 위한 행위제한제도도 새로 도입됐다. 재취업 심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온 '보직세탁' 방지책도 나왔다. 법조계에 대한 전관대책도 강화했다. MB는 10일 뒤인 6월13일, 직접 라디오 연설까지 하며 전관예우 척결을 약속했다.
전쟁은 지속됐다. 정권을 초월, 일관성있게 추진된 유일한 '공정사회 실현 정책'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외친 '균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의 기저에도 전관 혁파가 자리했다.
2023년 대한민국. 전관예우를 축으로 한 이권카르텔은 여전히 혁파 대상으로 남아있다. 규제 장치를 강화하면서 드러난 유착의 고리와 강도는 다소 약해졌다. 하지만 국민에게 전관은 여전히 기득권의 상징 기표로, 예우는 그들만의 경제공동체를 공고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관예우. 그 악의 뿌리는 왜 건재할까. 법을 강화하고 제도를 개선한다고 전관예우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전관혁파는 법과 제도를 초월한 문제다. 대통령부터 말단 공직자, 기업, 그리고 국민의 인식 전환이 선행해야 한다. '내편 네편'이 없어야 한다. 내로남불과 유체이탈이 어우러진 '선택적 전관 혁파'는 우리 사회가 이 전쟁에서 여전히 패배자로 남게된 주요인이다.
원희룡 장관이 LH 전관혁파를 외치고 있지만 국토부 전관은 관련 업계에 폭넓게 포진해 있다. 이번 LH 현장에서도 국토부 전관 업체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전직 중에는 '00협회' '00재단' 등에 이름만 빌려주고 한달 수백만 보수를 받고, 법인카드로 골프를 즐기고 있는 인사들도 있다. 보직세탁 등을 통해 우회 취업하는 사례도 비일비재다.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회 보좌진 등은 앞다투어 소관 행정사 협의회를 만들고 있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이들이 민간 기업과 현관(現官)의 연결고리를 하며 새롭게 경제공동체로 성장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전관예우의 상징격인 법조계는 아예 혁파 대상 이권카르텔 리스트에도 없다.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도덕성으로 무장한 전관을 적극 관리·활용하는 방안도 강화해야 한다. 전관은 국민 혈세로 수십년간 육성한 우리 사회의 소중한 공적자산이다. 전관이라는 멍에를 씌워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금융권은 횡령 등 잇단 금융사고에 시끄럽다. 금감원은 은행장까지 소집해 내부통제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확인한 뒤 서명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왠만한 은행의 상임감사 자리는 금감원 전관의 몫이다. 상임감사는 금융권 내부통제의 핵심 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은 이들이 제 역할만 했다면 금융기관 직원들의 일탈 행위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부터 말단 공직자까지 읍참마속의 자세가 필요하다.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넘은 창의적 발상도 절실하다. 그래야만 공직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며 제2의 인생을 펼치는 '아름다운 전관'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김화균 국장 대우 금융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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