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1호 파트너’ 피지가 중국 손절한 이유... “중국 횡포 더는 못 참아”

이유진 2023. 8. 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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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는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초석' 역할을 했던 나라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11년 MOU를 계기로 중국의 간섭과 월권행위가 심해졌고, 이것이 결국 피지 국민들을 화나게 했다"며 양국 관계가 뒤틀리게 된 내막을 소개했다.

WP가 입수해 공개한 MOU의 최종 영어 사본에 따르면, 2011년 중국 공안부와 피지 국방부, 국가안보부, 이민부는 양국 경찰 간 협력을 골자로 한 협정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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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찰 협력으로 시작... 군사·정치 개입도
피지 땅서 독단적 수사 후 절차 없이 77명 압송
지난해 5월 피지 수도 수바에서 왕이(왼쪽 두 번째) 중국 외교부장과 프랑크 바이니마라마(맨 오른쪽) 당시 피지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수바=AFP 연합뉴스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는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초석’ 역할을 했던 나라다. 양국 관계를 두텁게 만든 핵심 장치는 2011년 체결된 안보 협력 양해각서(MOU)다. 특히 이에 기반해 10년 넘게 지속된 두 나라 군대·경찰 간 교류와 협력은 긴밀한 파트너십의 대표적 사례였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피지는 12년 만에 해당 협정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중국을 ‘손절’하려 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11년 MOU를 계기로 중국의 간섭과 월권행위가 심해졌고, 이것이 결국 피지 국민들을 화나게 했다”며 양국 관계가 뒤틀리게 된 내막을 소개했다.


중국, '경찰 협력' 계기로 피지에 도 넘은 간섭

WP가 입수해 공개한 MOU의 최종 영어 사본에 따르면, 2011년 중국 공안부와 피지 국방부, 국가안보부, 이민부는 양국 경찰 간 협력을 골자로 한 협정을 체결했다. 두 나라는 △도망자 체포 △테러 △경제 범죄 △인신매매 단속 등 7개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정보와 인재, 장비 교환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 경찰 간 교류는 활발히 이뤄졌다. 중국은 10년 이상 경찰차, 제복 등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장비를 피지에 제공했다. 매년 피지 경찰관 수십 명이 중국으로 건너가 훈련을 받았고, 중국 경찰에서도 20여 명이 피지 파견 근무를 하며 몇 달간 상주하곤 했다.

그러나 중국의 간섭이 점차 심해졌다. 치안 협력을 넘어 피지 대학교에 대사관과 공자학원을 세워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파하려 했다. 2013년엔 군사 분야로도 확대됐다. MOU를 체결한 프랑크 바이니마라마 전 피지 총리의 독재 연장 시도를 중국이 도운 정황도 나왔다. 2014년 총선 당시 중국은 피지 경찰에 감시 장비와 폭동 진압 장비를 제공했고, 중국 대사관은 “바이니마라마 총리의 압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다.

2017년 중국 경찰의 ‘77명 체포 사건’으로 피지 여론은 더 악화했다. 사이버범죄를 저지른 중국인을 체포하겠다며 중국 경찰이 피지에 대거 입국했고, 독단적 조사를 벌인 뒤 용의자 77명을 중국으로 압송했다. 전직 피지 경찰관은 WP에 “그들은 범죄인 인도 청문회나 문서, 인터폴 개입 등도 없이 (피지 거주자들을) 체포해 본국에 데려갔다”고 말했다.


피지 총리 "안보 파트너십 폐기 검토 중"

3월 시티베니 라부카(오른쪽 두 번째) 피지 총리가 피지 나디에 도착한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두 번째) 호주 총리를 맞으며 악수하고 있다. 나디=AFP 연합뉴스

지난해 취임한 시티베니 라부카 총리는 ‘반(反)중국’을 모토로 삼았고, 2006년부터 장기 집권한 바이니마라마 정권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 6월 라부카 총리는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중국과의 안보 협력 폐기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WP에 그는 “체결 당시 피지는 너무 약했고, 그들(중국)과 친구가 되고 싶어 나쁜 일들을 눈감아 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피지의 12년’이 주변국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은 태평양 10개국과 치안, 사이버보안, 통신 등을 공유하는 포괄적 협정을 체결하려 했으나, 당시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연방 대통령이 “통제를 위한 중국의 연막”이라고 반대해 실패했다. 중국의 시도는 ‘과유불급’이라는 걸 피지 사례가 생생히 보여 줬다는 얘기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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