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가치 노리는 IPO 대어, '이름값' 할까

김다린 기자 2023. 8. 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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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증시 두드리는 기업들
대기업 계열사에 공기업까지
조 단위 기업가치 당연하지만…
변수 고려하면 투심 파악 어려워
흥행 실패해 체면 구길 가능성도
중국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금융시장에도 먹구름이 꼈다.[사진=연합뉴스]

올 하반기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조 단위로 몸값을 평가받는 대어급 기업이 잇달아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현재 상장예비심사 청구 단계를 밟고 있는 두산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미래 제조업의 핵심인 협동로봇을 제조하는 두산그룹의 계열사다. 지난해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전년 대비 21.6% 증가한 수치였다. 그만큼 미래 성장성이 밝다. 같은 업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2조7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로보틱스 역시 1조원이 넘는 몸값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상장에 도전한다. 2차전지 양극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실적과 성장성이 뛰어나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오너 리스크'가 나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창업주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미공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나섰다는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되면서 상장예비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최근엔 이 전 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실형을 확정 받으면서 심사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그룹 계열사 SK에코플랜트도 하반기 중 상장에 도전할 기업으로 꼽힌다. 2020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꾼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바꿨다. 기존 주력 사업인 건설·인프라 사업만으로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렵지만, 환경·에너지 관련 신사업을 잘 키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0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SGI서울보증보험도 대어급이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3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 단위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이들이 증시를 두드릴 때 기대만큼 흥행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증시 분위기가 지난해보단 나아진 건 맞지만, 시장 상황이 IPO에 우호적이진 않아서다. 대어급 IPO는 거시경제 영향을 크게 받는데,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건 부담 요인이다. 제아무리 IPO 대어라도 수요예측에서 체면을 구기거나 원하는 수준의 가치평가를 받지 못하면 상장을 철회해야 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IPO 투자 열기가 식은 건 맞지만 하반기 들어 많은 개인투자자가 다시 청약에 눈을 돌리는 추세"라며 "조 단위 대어들의 IPO 흥행 여부로 앞으로의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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