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슈퍼카 성능에 SUV 공간 실용성까지...'애스턴마틴 DBX707'
[IT동아 김동진 기자] 애스턴마틴 DBX707은 ‘현존하는 가장 빠른 SUV 중 하나’로 꼽힌다. 707마력 성능을 발휘하는 엔진을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3초에 불과하다. 세단 일변도였던 슈퍼카 시장에 SUV라는 선택지를 열어준 모델 중 하나이자, 5인승이라는 공간 실용성까지 지닌 DBX707을 시승했다.
설립 110주년 애스턴마틴이 만든 SUV 슈퍼카…강렬한 인상의 외관 디자인
애스턴마틴은 1913년 리오넬 마틴(Lionel Martin)이 로버트 뱀포드(Robert Bamford)와 함께 만든 회사로, 올해로 설립 110주년을 맞았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차로 유명한 영국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이며, 밴티지, DB11, DBS, DBX, 하이퍼카 발키리(Valkyrie) 등 다양한 럭셔리 모델을 생산한다. 시승 모델인 DBX707 역시 영국 내 웨일스 남부에서 생산되며, 지난해 7월 한국에 출시됐다.
이 차의 전면부를 살펴보면, 새로운 공기 흡입구를 비롯해 범퍼 하단의 프런트 스플리터, 브레이크 냉각을 위한 덕트 등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공기역학 설계의 결과물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애스턴마틴의 뛰어난 공기역학과 냉각 기술을 인정한 레노버는 최근 출시한 전문가를 위한 워크스테이션, ‘씽크스테이션’ 최신품에 애스턴마틴의 내연기관 냉각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애스턴마틴은 DBX707 전면부 배치한 프런트 그릴을 더욱 확대해 적용했다. 덕분에 강인하고 독특한 인상을 풍긴다. 주간 주행등(DRL)도 새로 디자인했으며, 프린트 그릴에 6개 수평 라인과 새틴 크롬 그릴도 배열했다. 보닛 위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루버 보닛 블레이드를 배치, 프런트 그릴과 블랙 스플리터, 측면을 따라 이어진 블랙 사이드실까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23인치 휠은 차량의 크기를 실감케 했다. 전륜 420㎜, 후륜 390m㎜ 크기의 브레이크 디스크는 6점식 캘리퍼로 고정됐으며, 스프링 하중량을 최대 40.5kg까지 감소시킨다.
후면부 역시 커진 차체 사이즈에 맞춰 트윈 디퓨저를 새로 디자인해 적용했고, 루프 윙에 립 스포일러를 추가해 고속 안정성을 높였다.
DBX707의 전장(자동차 길이)은 5040㎜, 전폭(자동차 폭)은 1995㎜, 전고(자동차 높이)는 1680㎜,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3060㎜, 공차중량은 2245kg이다. 이 차의 트렁크 용량은 638리터다.
실내를 살펴보면, 센터페시아 상단에 시동과 기어 변속 버튼을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차량이라면 기어 변속기가 있어야 할 위치에는 에어 서스펜션 감도 조절이나 가변 배기, 인포테인먼트 컨트롤 버튼 등을 넣었으며, 드라이브 모드 셀럭터도 다이얼식으로 배치했다. 이 밖에도 공조 컨트롤이나 외기 순환 버튼 등도 모두 물리버튼으로 구성, 전체적으로 아날로그의 향수를 살린 실내 디자인을 적용했다.
대부분의 인테리어는 다크 크롬으로 마감했으며, 다른 색상과 카본 파이버 등 소재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새로 적용한 스포츠 시트 역시 차량의 성능에 맞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열여섯 개의 방향으로 조정 가능한 전자식 스위치도 배치했다. 머리 받침과 스티어링 휠 가운데에는 애스턴마틴 로고를 새겨 넣었다.
2열 역시 긴 휠 베이스 덕분에 넉넉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다. 2인승이 세단이 대부분 슈퍼카 시장에서 5인승 SUV로 성능과 공간 실용성까지 함께 확보한 점은 돋보였다.
육중한 차체 가볍게 밀어내는 압도적인 성능…아쉬운 편의사양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애스턴마틴 매장에서 경기도 시흥을 오가는 코스로 주행을 시작했다. 답답한 도심을 빠져나올 때 이 차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쉬웠다. 시선이 중앙 디스플레이로 분산될 수밖에 없었으며, 애플 카플레이와 같은 휴대폰 연동도 무선이 아닌 유선으로 가능하다. 더욱 아쉬운 점은 C타입 포트가 아닌 구형 A타입 포트가 내장됐다는 점이다. 최신 휴대폰을 보유한 운전자는 굳이 구형 A타입 케이블을 구입하지 않으면, 휴대폰을 연동할 수 없으며 휴대폰 내비도 활용할 수 없다.
부족한 편의사양은 주행 내내 아쉬웠지만, 도심을 벗어나 가속 구간에 들어서자, 차량의 압도적인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축거 3060㎜, 공차중량 2245kg의 육중한 5인승 SUV를 가볍게 밀어냈다. 707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는 4.0리터 트윈 터보차저 V8 엔진에 9단 습식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맞물린 덕분이다.
전자식 능동형 사륜구동(AWD) 시스템과 토크 배분 장치인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e-diff)은 900Nm으로 높아진 차량의 최대토크를 자동으로 컨트롤하며 가속과 감속, 코너링 시 즉각적인 반응성과 함께 안정감을 더했다.
애스턴마틴 관계자는 “댐퍼 밸브와 다이내믹 스프링 볼륨 전환,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 등 브랜드 최신 기술을 최적화해 DBX707에 적용했다”며 “민첩성과 차체 균형성을 위한 매개 변수까지 맞춤형으로 보정한 전자식 능동형 롤 컨트롤 시스템(eARC, Electronic Active Roll Control)도 탑재해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패밀리카의 안정성과 레이싱카에 못지않은 성능 등을 발휘하도록 꾸렸다”고 설명했다.
약 100여km 주행을 마치고 계기판을 살펴보니, 리터당 3.8km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더운날씨에 공조시스템을 강하게 가동한 점,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에 대부분 맞춰놓고 주행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애스턴마틴 DBX707은 자녀가 있는 가장이라도 구매를 고려할 수 있도록 5인승 SUV로 설계한 차량인 동시에 괴물같은 성능을 지닌 슈퍼카다. 이 차의 가격은 3억1700만원(부가세 포함)부터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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