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정부…“일 오염수 방류 기술적 문제없다”며 “찬성 아니다”
정부가 22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오는 24일 시작한다는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해 “과학·기술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류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모순된 입장을 내놨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오염수 방류 관련 정부 일일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 측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당초 계획대로 방류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오염수 방류에 계획상의 과학·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이어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오늘 우리 정부가 내린 판단의 대상은 일본 측의 방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이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방류 찬성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정부는 막상 일본이 방류를 확정하자 방류 계획은 문제없지만 방류 찬성은 아니라는 다소 모순되고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이날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박 차장의 발표로 갈음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전날 일본 정부로부터 ‘22일(이날) 각료회의를 열어 오는 24일로 방류 시점을 결정한다’는 계획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절대 사후에 알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일본 측) 얘기가 있었다”며 “그 정도면 충분히 주변국에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일본 측에 요청·권고한 7가지 기술적 내용과 관련된 양국 협의 결과도 이날 발표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수 방류 점검차 원전 현장에 마련한 사무소에 정기적으로 한국 전문가가 방문하고, 한·일 정부 간 정보 공유를 위한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향후 정부는 해양 방사능 조사 범위를 우리 해역 밖으로 대폭 넓혀 방류 영향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태평양 도서국 인근 해역에서 조사를 시작하며, 지난 6월부터 매달 실시하고 있는 일본 인근 공해상 조사도 이어간다. 일본 인근 공해상 조사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약 500~1600㎞ 떨어진 해역에서 진행된다.
박 차장은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확인과 점검 절차를 마련해뒀다”며 “일본 측에 개선을 요구할 사항이 있다면 신속하게 조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날 외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기 철폐를 요구한 데 대해 정부는 오염수 방류 개시와 수산물 수입 규제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방류 안전성 검증과 (수산물) 수입 금지를 굉장히 엄격히 유지하는 부분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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