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들 범죄자 공개 신중해야" "처벌 약하니 사적제재 필요" [입장 들어봤습니다]

강명연 2023. 8. 22. 18: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간차원의 피의자 신상 폭로
돌려차기·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공적절차에선 신상 비공개 됐지만 유튜브 통해 얼굴·나이 등 알려져
개인이 게시하면 명예훼손 우려... "잘못된 정보로 마녀사냥 할수도"
알권리 차원에서 우호적인 의견도... "법 강력하면 개인이 왜 나서겠나" "공개 쉽도록 절차·기준 완화해야"
대낮 서울 신림동 등산로에서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최모(30)씨의 신상공개 여부가 23일 결정된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최씨의 얼굴과 실명·나이 등을 공개할지 검토한다. 뉴스1
경찰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피의자 최모씨(30)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23일 결정한다. 신상공개위원회의 공개 결정이 내려지면 최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이 즉각 공개된다. 다만 신상공개 이후 공개된 사진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점 등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는 강력범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 여론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피의자를 불법으로 신상공개해 논란이 돼왔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는 신상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한 유튜버가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주목 받았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상도 같은 유튜버가 공개하기도 했다. 유튜버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여러 차례 신상공개 관련 게시글이나 사진 등이 등장한 바 있다.

일반인을 통해 신상공개가 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사실상의 사적 제재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자칫하면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강력범죄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꼬집으면서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민간 차원의 신상공개를 불렀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 "사적제재, '마녀사냥'이 될 수도"

22일 만난 시민들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신상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사법 체계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씨(35)는 "인터넷에 신상공개가 됐다고 하면 궁금해서 찾아보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민간 신상공개가) 맞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며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알린다는 목적이 크지만 개인으로서 법을 어기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민간인이 수사 중인 사건이나 과거 범죄 전력에 대해서 신상을 공개하는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함께 개인정보호법에 걸릴 수 있다.

경기 평택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적제재를 옹호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수준에 대해 사적제재까지 필요할 정도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씨(28)는 "국가 기관이 하지 못하는 것을 누군가가 해주니 통쾌하기도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법이 무의미해지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가 알려지면 무고한 피해자도 만들어질 수 있다. 더구나 마녀사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걱정했다.

대학원생 윤모씨(29)도 "유튜버 등 민간인이 신상공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유튜버는 직접 수사하는 기관도 아니니까 잘못된 신상 공개할 가능성도 크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면 곤란하다"고 봤다.

특히 시민들은 신상공개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한모씨(36)는 "유튜버가 어떤 권한으로 남의 신상을 함부로 공개하는지 모르겠다"며 "조회수가 곧 돈인 유튜버에게 황색언론과 다를 바 없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강력범죄 처벌 약한 것이 더 문제"

사적 제재이긴 하지만 민간인 신상공개에 우호적인 의견도 있었다. 현재 우리 사법 체계가 범죄자, 특히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씨(27)는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등 조건이 까다로운데 정부가 지나치게 인권에만 목을 매는 것 같다"면서 "흉악한 범죄자가 활개를 치면 마땅히 응징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간인이 신상 공개를 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고 말했다.

류모씨(36)도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범죄자 신상을 공개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라며 "불법인건 맞지만 사법시스템이 국민 법감정에 맞게 범죄자에 대해 더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모씨(40)는 "인권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민간이 신상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왜 신상공개가 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도, 향후 또다른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상공개가 필요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상공개 절차나 기준을 푸는 방향으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직장인 박모씨(38)도 "유튜버 등 일반인이 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느정도 국민적 정서를 반영한 행위로도 볼 수 있다"면서 "민간인이 나설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신상공개가 좀 더 쉽게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원생 강모씨(27)는 "민간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악기능과 순기능이 양가적이다. 대중이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이런 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마녀사냥이 될 수도 있다"며 "결국에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적 제재가 계속 이뤄진다는 것은 국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사적제재가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처럼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범죄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고 처벌을 철저히 해야 한다. 사실 사람들이 불안하기 때문에 사적 제제의 욕망이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원생 이모씨(29)도 "애초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적절한 처벌을 받고 머그샷 공개라도 한다면 민간이 법을 대신해서 벌을 주자라는 말은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