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 화들짝 놀란 KBS 고용안정협약, 과연 논란거리인가

노지민 기자 2023. 8.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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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주도 고용안정협약에 보수언론 및 여권 비판
조선·중앙 등 보도 이후 여권 KBS 이사 비판…이동관 후보도 청문회서 언급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와 여당의 KBS 2TV 민영화 주장으로 KBS에 대규모 구조조정·해고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여권 등이 노사간 고용안정협약 논의를 '논란'으로 쟁점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 노사는 회사가 경영상 이유로 해고 등 구조조정을 할 때 고용안정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고용안정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18일께 협약이 체결될 거란 전망도 있었으나 일부 보도와 여권 인사들 지적에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새다.

앞서 KBS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노사협의회 위원 중 각 4인이 노사 동수의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각 대표자를 공동위원장으로 두고, 전체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위원 3분의2 이상으로 의결을 한다는 초안을 사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구성한 고용안정위는 경영상 이유로 인한 배치전환·휴직·희망퇴직·해고 기준 및 방안 마련, 분사·분할·양수도·합병·매각 등에 의한 구조조정 시 이를 회피하기 위한 기준·방안 마련과 근로조건 조정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현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YTN에서도 지난 6월20일 노사간 단체협약을 통해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3년 8월4일 중앙일보 기사, 8월5일 조선일보 사설.

협약안 내용은 4일 일부 신문을 통해 '논란'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신문 6면과 온라인기사로 이를 전했다. 중앙일보는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KBS 노사가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는 건 'KBS판 알박기'이자 KBS 정상화에 대한 무력화 시도”라는 익명의 '여권 관계자' 주장을 전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기존 협약이나 근로 조건과 비교해 상궤를 벗어난 협약 내용이 통과된다면 차기 경영진이나 KBS 이사회에서 무효화해야 한다”는 황근 선문대 교수 주장을 덧붙였다. 이후 황근 교수는 앞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을 해임한 방송통신위원회 여권 위원들에 의해 21일 여권 KBS 이사로 추천됐다.

9일 보수성향 시민단체로 분류되는 자유언론국민연합은 “민주노총 출신 KBS 경영진이 민주노총 소속인 노조와 부당하게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기망하는 배임 및 부패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사장 등 경영진을 신고했다. 자언련은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방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장겸 전 MBC 사장, 지난 9일 방통위가 여권 추천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이사로 임명한 차기환 변호사 등이 공동상임대표를 맡은 단체로 현 공영방송 경영진 사퇴를 주장해왔다.

이어 16일엔 지난달 해임된 윤석년 전 이사 자리에 새로 임명된 서기석 이사를 비롯해 여권 이사 5명이 '고용안정협약 관련 보고'를 안건으로 올린 이사회를 소집했으나 야권 이사들 불참에 따른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이에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여권 이사진이 KBS 경영진에게 고용안정협약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사진=KBS

이틀 뒤 진행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KBS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알박기 시도, 특히 KBS 정상화의 무력화 시도라고 보는데 어떻게 보느냐”고 주장하며 이 후보에게 질의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이사회 승인 없이 그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전달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일부 언론과 여권이 고용안정협약 체결에 부당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윤성구 KBS본부 사무처장은 “8월중 협약 체결을 위해 소수노조(KBS노동조합)에 안건 초안을 공유하면서 같이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이후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 '민주노총 장악 프레임'을 걸면서 이슈가 됐고 회사와의 논의에도 제동이 걸렸다”며 “사측 위원들이나 새롭게 바뀐 서기석 이사가 간담회에서 지적한 것도 있고 김종민 이사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해 받을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노사협의회 기간 안에 충실히 논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윤 사무처장은 고용안정협약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현 정권 입맛에 맞춘 사장이 오게 되면 여당과 궤를 맞출 수밖에 없지 않나. 칼날이 노동자에게 올 수 밖에 없다”며 “근로기준법엔 구조조정이나 해고, 분할 양수 등에 대해 과반 노조와 협의하게 돼 있는데 '협의'는 전화 한 통만 하거나 설명회로 끝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안이 YTN이나, 흔히 말하는 공공기관에 있는 수준”이며 “고용안정위원회는 대부분 공기업이나 일반 회사들도 다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8월22일 매일노동뉴스 기사 갈무리.

KBS 바깥에선 이번 고용안정협약을 둘러싼 논란이 “별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는 22일 매일노동뉴스를 통해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기존 경영진의 전면적 교체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KBS 노동자들은 대대적인 배치전환에 인적 구조조정까지 벌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며 “본부가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사측에 요구한 것인데, 이것이 무슨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무슨 자유언론 운운하는 단체가 부패행위로 국가권익위원회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별일이다”라고 했다.

김기덕 대표는 “이 나라에서 고용불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주적인 노조 활동을 해온 사업장이라면 대부분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 명칭은 고용안정합의서, 고용안정협의서, 고용안정협약 등 제각각”이라며 “KBS에서 제3노조 등 아무개노조가 언론노조 KBS본부의 고용안정협약 체결 요구에 시비한다면, 먼저 KBS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서 사측에 무엇을 요구해서 투쟁할 것인지를 스스로 밝혀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KBS에서 고용안정협약 체결 소동]

KBS노동조합은 고용안정위원회 등에 소수노조 몫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노조는 17일자 성명에서 “고용안정이 모든 직원들에게 공정·공평해야함을 인정하면서도 고용안정위원회의 근로자위원(4인)을 독점하거나 타 노조에게 고작 1인의 근로자위원을 배정하였다. 이는 타 노조로 하여금 들러리를 세우려는 기만이며 소수노조, 소수직종 정리해고의 문을 활짝 여는 행위로 간주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사협의회 일정 연기와 '직원 모두가 동의하는 고용안정협약' 추진, 김의철 사장 사퇴 등을 요구했다.

KBS 사측은 22일 “회사는 경영권 침해 등 법위반 여부에 대해 검토하였고, 노사간 협의를 통해 법위반 사항이 포함되지 않도록 협의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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