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지 않아? '이모지'에 숨겨진 비밀들
메시지를 보내거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릴 때 많은 이가 이모지와 이모티콘을 활용한다. 이모지를 이모티콘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둘은 전혀 다르다. 이모티콘은 문자와 기호를 조합한 형태이지만, 이모지는 ‘그림'으로 의미를 표현한다. ‘울음’을 이모티콘은 ‘ㅠㅠ’로 표현하지만, 이모지는 😥😭😰😂 등 형태로 나타낸다.
이모지는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디자인이 꽤 섬세하다.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게 없다. 다양한 의미를 표현하다 보니 세밀한 디자인은 필수일 터. 하지만 처음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도 생기고, 어떤 의도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번 시간에는 이런 이모지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볼까 한다.
①손바닥 맞댄 이모지 🙏, 진짜 정체는?
먼저 살펴볼 이모지는 바로 ‘🙏’. 많이 쓰는 이모지 중의 하나인데, 대부분 ‘감사’ 또는 ‘기도’의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이모지가 ‘하이 파이브’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얼핏 보면 두 손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 하이 파이브처럼 보인다. 아이폰 이모지 키보드의 검색창에 하이 파이브를 입력하면, 해당 이모지가 검색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감사 또는 기도로 검색해도 같은 이모지가 검색된다. 이러다 보니 사용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 사용자는 애플 커뮤니티에 관련 질문을 남겼고, 커뮤니티 전문가는 해당 이모지의 공식 명칭이 ‘Folded Hands(모은 손)’라고 설명했으며, 해석은 사용자의 몫이라고 답변했다. 즉,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감사, 기도, 하이파이브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모지의 명칭, 디자인 등은 애플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유니코드(Unicode) 컨소시엄에서 관리한다. 이곳에서 국제 표준코드로 채택된 이모지를 발표하면, 애플이나 삼성 등 기업에서 반영하게 된다. 전체 디자인은 유니코드를 따르지만, 세부 디테일은 기업의 입맛에 맞게 수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모지의 공식적인 의미는 유니코드의 설명을 참고하면 된다. 해당 내용은 이모지피디아(Emojipedia)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이모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아 놓은 백과사전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모지피디아에서 🙏에 관한 설명을 찾아보니, 처음 의도는 ‘감사’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정확히는 일본에서 감사를 표할 때 하는 합장 제스처를 본뜬 것이라고. 초기 의도는 감사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래가 일본의 인사법이라는 건 다소 의외였다.
②애플의 영수증, 캘린더, 티켓 속 날짜…대체 무슨 날이야?
다음은 애플의 영수증과 캘린더 이모지를 살펴보자. 둘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이모지에 ‘7월 17일’ 날짜가 표기되어 있다는 것.
해당 날짜는 우연히 겹친 것이 아니라 애플이 의도적으로 넣은 것이다. 7월 17일은 ‘세계 이모지의 날’이다. 서로의 언어를 몰라도 이모지로 소통 가능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날인 것. 애플은 이를 특별히 기념하기 위해 이모지에 7월 17일을 넣어 놓았다.
날짜가 적힌 이모지는 하나 더 있다. 바로 공연 티켓 이모지. 그런데 티켓 속에는 1월 9일이라는 날짜가 기입돼 있다. 대체 어떤 날일까?
1월 9일은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 날이다. 정확히는 2007년 1월 9일. 그만큼 애플에게 많은 의미를 지니는 날짜라 할 수 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티켓에 해당 날짜를 넣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이 공개되는 공연에 참석하기 위한 티켓을 의미하는 이모지인 셈이다.
③애플 시계 이모지는 ‘10시 9분’?
이모지에는 여러 시계가 있다. 알람 시계, 손목시계, 초시계, 탁상시계 등 종류도 참 많다. 그런데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시계 이모지들 모두 10시 9분을 가리키고 있다. 10시 10분도 아니고 애매한 9분이라니.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을까?
10시 9분은 기존 시계 광고와 관련이 있다. 시계 광고를 유심히 보면, 대부분 시간이 10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시침과 분침의 각도가 약 110도가 되다 보니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며, 숫자 12 밑에 있는 브랜드 로고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해당 시간을 주로 사용한다.
애플은 이보다 앞선다는 의미에서 1분을 뺀 9분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광고 속 애플워치 역시 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갤럭시 워치는 10시 8분으로 설정돼 있다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애플과의 경쟁 심리에서 1분 더 앞선 8분으로 설정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④일본 관련 이미지, 많아도 너무 많은데?
이번에 글을 쓰기 위해 이모지 전체 항목을 살펴보니, 일본 관련 이모지가 유독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음식 카테고리를 보면 기모노, 오니기리, 당고, 말차, 벤또 도시락, 나루토마끼, 덴푸라 등 일본 음식 종류가 가장 많으며, 세계 지도와 함께 일본 전용 지도와 엇갈린 일본 국기 이모지까지 따로 있다.
특히 일본과는 전혀 상관없는 줄 알았던 이모지들도 있다. 태권도 도복처럼 생긴 하얀 도복 이모지(🥋), 보름달에 벼와 떡이 그려진 풍경 이모지(🎑), 원숭이 얼굴 이모지(🙈🙉🙊) 등이 대표적이다.
도복 이모지는 태권도복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일본 무술 공수도나 유도복을 나타낸다. 풍경 이모지는 일본 명절 츠키미(Tsukimi)를 표현한 것이고, 원숭이 얼굴 이모지 역시 일본 유명 속담 ‘악을 보지 말고, 악을 듣지 말고, 악을 말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렇게 일본 관련 이모지가 많은 이유는 이모지가 일본 휴대폰 문화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일본 이동통신사 NTT 도코모가 1999년 자사전용 휴대폰에서 웹사이트나 이메일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아이모드(i-mode)를 만들면서 시작된 것. 당시 가로⋅세로 12픽셀의 이모지(당시에는 ‘에모지’로 불림)를 처음 선보인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2008년 6월 일본에 아이폰 3G를 출시하면서 iOS 2.2에 이모지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이모지와 관련된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았다. 매일 같이 사용하는 이모지에 이런 디테일이 숨겨져 있었다니. 이 때문인지 요즘은 이모지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이러한 이모지는 우리도 만들어 제안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유니코드 컨소시엄에 원하는 디자인과 담고 싶은 내용을 요청하면 된다. 물론 승인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이 밖에 이모지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이모지피디아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모지피디아는 온라인 백과사전의 형태로 이모지 변천사나 기기별 이모지를 전부 확인할 수 있다.
테크플러스 김하영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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