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후보 위협한 ‘MZ노조’... 서울교통공사에 세대 교체 바람
최근 치러진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 선거에서 이른바 ‘MZ노조(2030세대를 주축으로 한 제3노조)’ 후보가 민주노총 소속 후보를 위협하며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운동의 탈정치화 등을 내세우며 등장한 MZ노조가 세대 교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7~21일 치러진 노동이사 선거에서 민주노총 산하인 공사노조 노기호 후보와 장기현 후보가 각각 4599표(31.79%)와 3769표(26.05%)를 얻어 각각 1, 2위에 올랐다. 3위는 이번에 처음으로 후보를 낸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 소속 조은호 후보였다. 최종 3530표(24.4%)를 얻으며 239표 차이로 3위에 올랐다. 이어 한국노총 산하 통합노조 최재형 후보가 2282표로 4위를 했다.
노동이사는 근로자 대표로 교통공사의 최고 의결 기구인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가진다. 임기는 3년이다.
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직원 선거에서 1~4위를 한 후보를 서울시에 추천하면 서울시장이 4명 중 2명을 노동이사로 최종 임명한다. 공사가 2017년 노동이사제를 시작한 이후 그동안은 직원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은 2명이 노동이사로 임명돼 왔다.
이번 선거는 노동계에 MZ노조 운동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올바른노조가 처음 후보를 내 관심을 모았다.
교통공사에는 민주노총 산하인 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통합노조,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 등 3개 노조가 있다.
이 중 2021년 출범한 올바른노조는 조합원 2000여명으로 가장 규모가 작다. 양대 노조인 공사노조와 통합노조는 조합원 수가 각각 9900여명과 2600여명이다.
조합원 숫자만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조은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올바른노조 전체 조합원 수보다 1500여표 많은 3530표를 얻었다. 공사노조나 통합노조에서 1500여표가 이탈한 셈이다.
양대 노조인 통합노조 최재형 후보(2282표)는 최종 1248표 차로 따돌렸다.
이번 선거는 조 후보 등 5명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공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1만6753명 중 1만4466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 86.3%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투표율(62%)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조 후보는 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개설해 직원 의견을 듣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젊은층을 공략했다. 현장 직원의 작업복 교체, 교대근무자의 근무 환경 개선 등 실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올바른노조 송시영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노동이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해 고무적”이라면서 “노동 운동에도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노동운동 본질에 집중해 활동하겠다”고 했다.
MZ노조 운동은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등이 시작했다. 지난 2월 교통공사와 LG전자, 한국가스공사 등 MZ노조가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이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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