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재능 vs 피아노 교과서…건반의 신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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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클래식 음악계에는 이름 하나만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이들이 있다.
레퍼토리나 프로필, 장소 등은 보지도 않고 일단 좋은 자리를 구하는 데 혈안이 되는 그런 거장(巨匠)들 말이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1번, 환상곡, 뱃노래, 환상 폴로네이즈, 6개의 녹턴, 폴로네이즈 6번 '영웅'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그에겐 '바흐 해석의 권위자'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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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 공연 당일 레퍼토리 공개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는 이름 하나만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이들이 있다. 레퍼토리나 프로필, 장소 등은 보지도 않고 일단 좋은 자리를 구하는 데 혈안이 되는 그런 거장(巨匠)들 말이다. 오는 9~10월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70·사진 왼쪽),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66·오른쪽)가 방한한다는 소식에 국내 공연계가 들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플레트네프는 다음달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4년 만에 방한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올(all) 쇼팽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1번, 환상곡, 뱃노래, 환상 폴로네이즈, 6개의 녹턴, 폴로네이즈 6번 ‘영웅’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1978년 ‘세계 3대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플레트네프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 세계 무대를 휩쓴 인물이다. 1996년에는 ‘스카를라티 소나타’ 음반으로 영국 그라모폰상을 받았고, 2005년엔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를 두 대의 피아노 모음곡으로 편곡한 앨범을 통해 미국 그래미상을 거머쥐었다. 그에게 ‘악마의 재능을 지닌 천재’란 별칭이 붙는 이유다.
시프는 10월 중 예술의전당(3일), 부산문화회관(4일), 경기아트센터(6일)에서 리사이틀을 한다. 시프는 공연 당일 무대 음향, 피아노 상태, 청중 상황 등을 고려해 곡목을 정한 뒤 현장에서 이를 공개하고 있다.
시프라면 레퍼토리가 무엇이든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에겐 ‘바흐 해석의 권위자’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는 1970년대 활동 초창기부터 캐나다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아왔다. 시프가 녹음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굴드 음반과 함께 가장 유명한 앨범으로 꼽힌다. 1990년에는 ‘바흐 영국 모음곡’ 음반으로 미국 그래미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두 거장의 연주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시프가 치밀한 악보 분석에 근거한 연주로 작품 고유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면, 플레트네프는 본인만의 아이디어로 작품을 재해석해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이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완벽주의에 가까운 시프가 작곡가 의도에 충실한 연주를 보여준다면, 플레트네프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작품을 소화한다”며 “스타일은 달라도 두 대가의 연주 모두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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