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밤낮없이 연구했는데"… 초상집 된 현장 [尹, R&D 예산 구조조정]

안경애 2023. 8. 22. 17: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연구현장이 거의 난리통 수준입니다. 지난 3년간 1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서 기술을 개발해서 내년이면 완성되는데, 사업 마지막 해인 내년 예산이 30% 깎인다고 하네요. 당초 목표로 한 기술 개발은 힘드니 적당한 수준에서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정부출연연 연구자는 정부가 2024년 국가 R&D 사업 예산 삭감을 발표한 22일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내년 R&D 예산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감행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연구현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 R&D 사업예산 대폭삭감에
개발특구 곳곳서 반대 목소리
정부가 내년 R&D 예산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감행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연구현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은 출연연 앞에 붙어있는 항의 플래카드.

"연구현장이 거의 난리통 수준입니다. 지난 3년간 1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서 기술을 개발해서 내년이면 완성되는데, 사업 마지막 해인 내년 예산이 30% 깎인다고 하네요. 당초 목표로 한 기술 개발은 힘드니 적당한 수준에서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정부출연연 연구자는 정부가 2024년 국가 R&D 사업 예산 삭감을 발표한 22일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내년 R&D 예산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감행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연구현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연구자들은 특히 정부가 세수 부족이나 복지 등 다른 분야 비용 증가를 이유로 연구자들에게 예산을 줄여야 하는 배경을 설명하는 대신 카르텔 집단으로 몰아가는 게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정부출연연이 모여있는 대전 연구개발특구 곳곳에는 '과학기술은 국가의 미래! 예산 삭감 철회하라', '과학기술 예산 삭감 반대! 과학기술 죽이기 중단하라!' 등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주요 정부출연연이 수탁사업과 별도로 정부에서 받는 기관 고유사업비는 기관별로 10%대가 줄었다.

여기에는 인건비, 경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순수 연구비만 따지면 감소폭이 20% 대로 늘어난다.

그런데 PBS(연구과제중심제도) 방식으로 경쟁을 거쳐서 따오는 수탁 R&D 과제는 더 심각하다. 30% 감소는 물론 반토막이 비일비재하고, 일부 과제는 70~80%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과제는 사업이 아예 없어지고 조기 종료가 결정됐다.

한 기관 관계자는 "아직 최종 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기관에서 수행하는 수탁 R&D 과제의 예산이 평균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사업은 다 살아있는데 예산만 줄어드니 일은 줄어들지 않고 사업의 원래 취지는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는 "공식 전달은 못 받았는데 7억 짜리 사업이 1억 남짓으로 줄어든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닌가"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한 센터 관계자도 "아직 소문만으로 상황을 알고 있는데 내년 예산이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센터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확보부터 비상"이라고 했다. 수탁과제 비율이 높은 한 연구기관 기관장은 "과제별로 감소폭이 15~40%에 달한다. 감소폭이 상당하다 보니 R&D 활동의 전체적인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구현장에서는 연구자들에게 카르텔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정부가 구체적인 문제에 맞는 해법을 내놓는 게 아니라 전체 예산을 일괄 삭감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손보면 될 일을 전체 R&D 예산 삭감으로 몰아가는 것은, 카르텔 프레임이 예산 삭감을 위해 기획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낸다는 지적이다.

정부 R&D 예산 삭감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991년 이후 첫 삭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지만, 1991년은 이전에 합쳐져 있던 연구개발과 행정 예산이 분리되면서 예산구조가 바뀐 해인 만큼 비교가 힘들다. 주요 R&D만 보면 2016년에도 소폭 줄어서 8년만의 삭감이라고 정부가 설명했지만 이때도 일반 R&D까지 포함한 전체 R&D 예산은 늘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