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매출·영업익 동반 하락 … 글로벌IB, 성장전망 줄하향
10개국 기업 매출 17% 뛰는데
中만 1% 줄어…영업익도 -6%
부동산 위기 국내영향 적지만
中기업 실적 악화, 수출에 부담
추경호 "중국상황 예의주시
9월부터 무역수지 흑자전환"
◆ 흔들리는 中 경제 ◆
최근 중국 부동산발 위기가 금융권, 실물경제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달아 중국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최근 위태위태한 실물경제 상황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며 당분간 저성장 기조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이 실물경제 하락 속도를 반영해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를 5.1%에서 4.6%로 크게 낮췄고, UBS는 5.2%였던 성장률을 4.8%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거시경제 변동성이 잦아들 때까지 중국 경제 불안이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 당국에서 보다 강화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피크차이나(중국 경제성장 한계)'론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우량 기업 집단인 중국 상장사들 경영 상황도 악화했다.
이날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 미국, 중국 등 지역별 대표 11개국 비금융 상장사의 최근 5년간(2018~2022년)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중국 기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21년까지 탄탄한 흐름을 보였으나 부동산 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급격히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상장사 매출액 증가율은 2018~2021년 평균 12.4% 고성장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1.2%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비교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업 외연이 쪼그라들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한국, 미국, 일본 등 중국을 제외한 10개국 상장사는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며 지난해 두 자릿수 매출액 증가율(17.1%)을 보였다.
중국은 수익성 지표에서도 크게 뒤졌다. 중국 상장사들은 2018~2021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평균 14.0%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증가율(-6.2%)이 크게 하락하며 비교국 중 최하위로 추락했다. 중국을 뺀 10개국 상장사 영업이익 증가율은 10.6%에 달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중국 부동산 위험 요인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중국을 향한 투자가 줄고, 경제 성장률 하락까지 불러올 수 있다"면서 "한국 경제도 이 영향을 받아 수출 부진과 저성장을 겪게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산가격 하락으로 중국 기업과 가계가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 급급하면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 상장사 총차입금 증가율은 -0.3%로 직전 연도(13.2%)와 비교해 급격히 낮아지며 빚부터 잡기 위해 주력하는 모양새다. 부채비율 역시 2021년 151.5%에서 2022년 149.1%로 낮아졌다.
최근 잇단 통화 완화 정책에도 중국 생산과 소비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7월 중국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7%, 2.5%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산업생산 4.4%·소매판매 4.4%)를 크게 밑돌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로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일단 정부는 중국 부동산 위기가 국내 금융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4000억원으로 절대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중국 위기가 상장사까지 확산된 가운데 한국 수출 등에 대한 압박이 높아진 상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대(對)중 수출액은 58억6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5% 급감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대중 수출 감소세는 15개월째 계속된다. 7월 무역수지는 16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대중국 무역적자가 12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대부분 흑자를 깎아먹고 있다. 중국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 올 4분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정부 전망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국발 충격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 긴밀하게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약 2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우리 수출액에서도 상당히 비중이 크다"며 "중국 상황에 대해선 늘 긴장하면서 예의주시해야 하며, 필요한 대응책을 미리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중국 당국의 대응, 금융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에 '중국 경제에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고 그것이 우리 경제에 굉장히 큰 문제가 된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8월에는) 일정 부분 소폭 무역수지 적자가 나더라도 9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서고 수출도 반등세가 본격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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