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롱거리로 전락" 한탄했던 이균용, 사법부 이끈다
서울고법 거친 엘리트 법관
진보쏠림 김명수체제 비판
법원장 추천제 폐지 등 주목
尹과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
野, 청문회서 철저한 검증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6년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탈피해 이념 편향 논란을 불식시키고 사법부를 정상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김명수 코트에서 진보 성향이 주류를 차지해온 법원이 보수 성향으로 무게추가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상남도 함안군에서 태어난 이 후보자는 부산 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16기로 법관에 임용됐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 사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윤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해 "제 친한 친구와 (윤 대통령이) 친한 친구"라며 "(나도) 친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990년 임용된 후 32년간 재판과 법리 연구에 매진한 정통 엘리트 법관으로 통한다. 법원 내 주류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남부지방법원장, 대전고등법원장 등 두 차례 법원장을 지내 재판 업무와 사법 행정에 두루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차례 일본 게이오대에서 연수하는 등 법원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도 꼽힌다.
이 후보자 지명에는 현 김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이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윤 대통령의 판단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가 보수 성향으로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는 평을 듣기 때문이다. 한 판사는 "이 후보자는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거침이 없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2021년 대전고등법원장 취임사에서 김 대법원장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해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같은 부산 출신이자 연수원 1년 선후배로 잘 아는 사이다. 이 후보자는 당시 취임사에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면서 "정치권력, 여론몰이꾼, 내부 간섭 등 부당한 영향에 의연한 자세로 용기 있는 사법부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김 대법원장을 직격했다.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대법관을 대법원장에 지명하는 관례를 벗어나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앞서 김 대법원장이 대법관 활동 없이 곧바로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이를 두고도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가 법리 탐구에 특화된 법관으로서 '사법부 정상화'의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관 중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원칙과 법리에 따라 사법 행정을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렸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고 대법원장에 취임하면 사법부는 지난 6년과 180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신을 밀어붙이는 이 후보자의 업무 스타일상 김명수 체제에서 추진해온 여러 정책이 중단되거나 원상복귀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폐지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부활이나 신설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폐지 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려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임명될 경우 13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관(김상환 법원행정처장 제외)은 보수 5명, 진보 5명, 중도 3명 구도가 된다.
한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념 문제를 지적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을 지명한 것은 아쉽다"며 "이 후보자가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법원을 지향하며 법원행정처의 권한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부분을 문제로 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대통령과 사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만약 그런 친분이 추천의 이유라면 법원의 외부로부터의 독립에 적합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의 성향이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기 전에 법원의 독립이라는 큰 기준과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형민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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