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굴린다더니…위기의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들 수익률 만족 못하자
성과 못낸 업체들 매년 적자
디셈버, 사모펀드 매각 수순
2016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로보어드바이저(RA)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위기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우후죽순 생겨났던 업체들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만성 적자에 허덕인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비상장 스타트업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시장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수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반전의 기회를 맞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전체가 위기 상황이다.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수익률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시장이 크게 빠졌을 때 자산배분을 해서 안전하다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들 역시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똑같은 손실을 경험한 로보어드바이저 이용자들이 이탈하면서 업체들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주식, 채권 등 여러 자산에 골고루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한 각 사 고유의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알고리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자산 배분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 장기 연평균 수익률인 5% 이상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도입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있다. 연평균 6~7% 수익률에 투자자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시장이 빠질 때 시장보다 덜하긴 하지만 손실을 피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치명적이다. 시장이 20~30% 오를 때 이에 비해 적게 상승하는 것도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의 숙명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졌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처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뜻"이라며 "각 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이 자산배분 역량을 충분히 갖췄는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에게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 보니 적자가 쌓이고 결국 회사를 넘긴 곳도 나왔다. 로보어드바이저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새로운 사업을 찾아나선 업체도 있다. 외부 자금 조달이 힘들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곳도 적지 않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설립한 디셈버(핀트)는 결국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수순에 들어갔다. 김 대표 아내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도 이 회사에 투자했지만 결국 회사를 넘기게 됐다. 2021회계연도와 2022회계연도에 디셈버는 당기순손실 560억원을 기록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에서 디셈버와 쌍두마차라고 했던 파운트는 펀드 온라인 판매에 특화된 포스증권 2대 주주에 올라선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 비교 서비스라는 신사업 도전에 나섰다. 콴텍은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했다. 콴텍은 지난달 25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셈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보다 성과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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